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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5-12-29 (월) 13:36 조회 : 246
거대한 아름다움 그 그림자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8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 작품은 2017년 국내 초연 당시 ‘한국 무대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텍스트와 섬세한 긴장감’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두 등장인물의 밀도 높은 연기로도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한층 깊어진 호흡과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1648년, 인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건축의 보물인 타지마할이 세상에 공개되기 직전의 새벽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황실의 말단 근위병 휴마윤과 바불은 성벽을 등지고 서서 ‘말하지 말 것, 움직이지 말 것, 뒤돌아보지 말 것’이라는 단 한 줄의 명령만을 품은 채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농담으로 시작된 대화는 두 친구의 우정과 꿈, 두려움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다 체제가 내린 예상 밖의 임무와 마주하며 서로의 믿음과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찬란한 아름다움의 대가가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에 관한 무거운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작가 라지브 조셉(Rajiv Joseph)은 평화봉사단 경험을 토대로 인간, 권력, 언어의 문제를 탐구하며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해 온 미국 극작가입니다. 어린 시절 여러 번 방문한 타지마할에서 들었던 신화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대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초연에 이어 다시 이 작품을 맡은 신유청 연출은 말과 침묵, 배우의 호흡으로 서사를 구축하는 데에 탁월한 감각을 가진 연출가로 〈그을린 사랑〉, 〈와이프〉, 〈녹천에는 똥이 많다〉,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에서 일상의 균열과 인간관계의 밀도를 무대화해 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가 가지는 긴장과 미세한 흔들림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무대 위에 섬세하게 구현합니다.



두 배역에 네 명의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휴마윤 역에는 초연에 이어 돌아온 최재림 배우와 드라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쌓아온 김동원 배우가 함께합니다. 발명과 상상을 사랑하는 바불 역에는 강렬한 무대 존재감을 지닌 이승주, 매체와 무대를 넘나들며 확고한 색을 쌓아온 박은석 배우가 참여합니다. 네 배우가 각기 다른 결의 무대를 이끌어가며 타지마할의 장대한 그림자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사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타지마할은 사실 무굴 제국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 마할의 무덤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영묘입니다. 무굴 건축의 절정이자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물로 평가됩니다. 특히 인도·페르시아·이슬람 건축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된 구조로 세계 건축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완벽한 대칭 구성과 정교한 대리석 상감 장식은 당시 기술과 장인 정신의 정점을 보여주며, 한 사람의 사랑을 기념하기 위해 수천 명의 손길과 노력이 담겨 있어 낭만적인 건축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폭력, 권력, 양심, 희생의 개념들이 함께 녹아 있는 거대한 상징물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평범한 두 사람의 눈높이로 타지마할 전설 뒤편에 있는 비극과 권력의 그림자를 비추며, 아름다움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성찰하게 함으로써 오랜 질문을 ‘오늘의 질문’으로 되살립니다. 아름다움의 뒤편에 놓인 선택과 책임을 질문하며, 관객을 조용한 긴장과 깊은 여운 속으로 초대하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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