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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Road)에서 로드(Lord)>
백운산과 하늘길
길은 공간과 공간, 시간과 시간, ‘나’와 ‘너’를 이어줍니다. 인간은 그렇게 길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곳과 이곳을 만납니다. 길은 단순히 공간 이동을 위한 통로만이 아닙니다. 길은 ‘나’와 ‘너’의 나눔과 문화를 공유하게 합니다. 바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그랬듯이 이 땅의 길을 걸으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동행할 수 있다면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산티아고가 아니어도 존재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요?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을 하게 되는 것은 제국주의 외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개항하겠다는 의지나 능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세계 정세를 모르는 은둔국 상태였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인식은 물론 대처할 준비조차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 30여 년 전 일본이 미국에 의해서 강제로 개항을 해야 했듯이 조선은 일본에 의해서 강제로 개항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세계가 한반도를 향해 들어올 수 있는 바닷길이 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147년 전 제물포 개항은 식민지로 가는 길이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물포항은 외래 문물과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관문이 되었습니다. 제물포항은 한반도의 근현대사의 질곡의 현장입니다. 당장 먹을 것을 해결해야 했던 이들이 처음으로 이민을 떠났던 1902년 12월, 102명의 조선인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일하기 위한 노동자로 제물포항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들을 실은 갤릭호(Gaelic號)가 제물포항을 떠나 서해로 나가기 위해서 지나야 했던 해로는 영종도와 월미도 사이입니다.
2001년 3월 29일은 인천공항이 개항한 날입니다. 바닷길은 제국주의자들에 의해서 강제로 열렸지만 하늘길은 우리 스스로 준비해서 열었습니다. 제물포항을 열어야 했을 때는 우리가 나가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제국주의자들이 침탈을 목적으로 들어오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우리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연 하늘길입니다.
세계인은 물론 우리가 드나드는 바닷길과 하늘길, 이 두 길을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백운산입니다. 영종도 중심에 있는 가장 높은 산, 그러나 해발 255.1m밖에 되지 않는 나지막한 산 입니다. 이 산에 오르면 서해안 일대와 강화도와 김포 그리고 서울 남산과 북한산, 관악산까지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제물포(인천항)항을 드나드는 각종 선박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들이 쉴 새 없이 이착륙하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그리고 이제 완공 단계에 있는 제3의 대교까지 우리나라의 국력을 느끼게 합니다. 바닷길, 하늘길 그리고 다리로 이어지는 육로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권 근교에서 이만한 경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단지 자연만 아니라 사람이 만든 도시와 각종 시설물, 바다와 하늘, 멀리 도시를 안고 있는 산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자동차, 배와 비행기들까지, 이 모든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백운산길은 특별합니다. 특별히 맑은 가을날, 하늘까지 깨끗하게 열린 날, 이 산에 오르는 것은 행복을 만드는 일입니다.
백운산에 올랐다가 씨사이드파크가 있는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영종둘레길 3코스(힐링바닷길)에 이르게 됩니다. 이 길은 한 낮 보다는 저녁나절에 걸으면 그 정취가 더합니다. 걷다가 만나게 되는 벤치에서 어두워지는 밤하늘과 바다 건너 인천 시내와 송도에 불빛이 밝아지는 것까지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인천대교에 점등이 되고 오가는 자동차들의 불빛이 어우러져 만들어주는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힐링바닷길’을 걷다가 만나는 <마숑>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요즘 카페가 없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많이 있지요. 그러나 커피에 진심인 주인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곳 <마숑>의 주인장이 이곳에 터를 잡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5년 정도 지났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커피에 매료되어 이곳에 터를 잡고 커피를 내리면서 깃드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커피를 내리면서 그는 자신이 먼저 쉼을 얻고 커피 향과 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그것은 주인장의 커피에 대한 진심입니다. 커피가 요물과 같은 것은 맛과 향이 로스팅, 분쇄, 추출 온도, 시간, 날씨까지 같은 콩과 같은 사람이 내리더라도 다른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특히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카페는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콩을 볶는 과정에서 강배전을 하지요. 그것이 커피 맛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진정 커피 맛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영종도가 도시로 형성되면서 많은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찾았던 여러 카페가 있었지만 선듯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해변에, 소위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 찍기 좋은 곳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커피와 함께, 커피를 즐기면서 편안히 쉼을 얻을 수 있는 이곳 <마숑>, 별다른 장식도 없는 그러나 주인장의 커피에 대한 특별함과 멀리 인천대교를 향해 열려 있는 카페의 통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풍경과 함께 쉼을 얻을 수 있어 좋은 곳입니다.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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