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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를 연 천재 앨런 튜링
여러분은 오늘 어떤 AI와 만나셨나요? 이제는 피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일상에 전방위적으로 쓰이고 있는 AI 기술. 이 인공 지능 기술의 출발점에는 한 명의 고독한 수학자가 있습니다. 앨런 튜링은 1930-40년대 이미 ‘기계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현대 컴퓨터 구조의 원형이 되는 계산 모델과 사고방식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사고 과정을 논리적 연산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발상을 누구보다 앞서 펼쳐 보였고, 이러한 개념은 알고리즘, 머신러닝, AI 모델링의 근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1950년 발표한 ‘튜링 테스트’는 지금도 인공 지능의 자율성과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변함없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는 전쟁의 향방을 바꾸고, 기술의 흐름을 뒤흔들었지만 결국 시대의 편견 속에 고독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기술이 중심이 되는 오늘날, 울림을 주는 그의 삶을 무대로 옮긴 연극 〈튜링머신〉이 재연됩니다. 2023년 국내 초연 당시 지적이고 정교한 연기, 극도의 밀착감을 주는 사면 무대 구성 그리고 튜링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AI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던 한 인간의 고독한 사유를 다시 무대로 불러오며 ‘기술과 인간’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튜링머신〉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앨런 튜링의 삶의 여러 층위를 따라갑니다. 전쟁 중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 해독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한 숨은 영웅이었지만 전쟁 이후 사생활을 이유로 국가의 처벌을 받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 사회적 고립을 겪었던 삶을 그려냅니다. 또한 뛰어난 지성과 취약한 감정, 과학적 사고와 인간적 고뇌가 병존했던 그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한 인간의 복합적 얼굴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튜링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역사적 존재를 넘어 ‘진실을 말하는 데 필요한 용기’, ‘세상이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외로움’,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남기는 상처’를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로 구현됩니다.
이 작품을 쓴 브누아 솔레스(Benoît Solès)는 배우이자 극작가로 활동하며, 튜링의 삶을 면밀히 조사한 끝에 연극적 구조 속에 과학, 인물, 추리적 요소를 조화롭게 녹여냈습니다. 〈튜링머신〉은 프랑스 몰리에르 어워즈에서 작가상, 희극상, 남우주연상,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바 있으며, “과학적 소재를 인간의 감정으로 풀어낸 드문 연극”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초연을 이끌었던 이승주 배우가 다시 앨런 튜링 역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여기에 이상윤, 이동휘 배우가 새롭게 합류해 서로 다른 결의 섬세함과 에너지를 기반으로 튜링의 복합적인 내면을 확장합니다. 튜링의 사생활과 수사 과정을 중심으로 극을 끌어가는 ‘미카엘 로스’, ‘휴 알렉산더’, ‘아놀드 머레이’ 역에는 이휘종, 최정우, 문유강 배우가 캐스팅되어 다층적인 인물들을 오가며 극의 긴장과 온도를 높입니다.
한국 초연에서는 사면형 무대가 주는 감각적 밀착감과 함께 튜링의 내면과 시대의 압력을 무대 전체의 분위기로 구현해냈습니다. 여기서 관객은 튜링의 고독과 갈등, 시대가 강요한 침묵과 결단을 마치 같은 공간에서 함께 겪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기술이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시대에, 이 작품은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계와 인간의 경계는 어디인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층 더 깊이 묻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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