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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6-01-28 (수) 10:01 조회 : 199
풀잎에 말 걸기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마라 / 죽었다고 생각되는 만물과 자연의 눈으로 / 세상을 보면 / 사람들은 가엾다 / 사람이 산다는 것 / 영원 앞에서는 허상虛像일 뿐 / 흙 속에 뿌리내린 한 포기 풀잎마저도 / 제 앉은 자리에서 속도를 지니고 있다 / 누구 하나 발견하지 못한 저 춤 / 별과 한몸이 되어 움직이는 것을 / 사람들은 모른다 / 죽었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은 / 살아서 영원을 움직인다 / 풀잎 한 포기에 말 걸어보면 / 풀잎은 말한다 /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마라 - 김종해 <풀잎, 말하다>



말 못하는 것들이 하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글쎄 개미와 대화를 나눈다고 그러더군요. 저만치 줄지어 가는 개미를 보면 쪼르르 달려가 거기 쪼그려 앉아 말을 건대요. ‘개미야,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니?’ 그러면 가던 길 바쁜 개미가 대답한답니다. ‘날이 흐려지잖아. 곧 비가 올 거라서 좀 바빠.’ 걸음 바쁜 개미를 붙잡고 눈치 없이 계속 말을 붙인다는데, ‘밥은 먹었느냐’는 시답잖은 말부터 ‘사는게 힘들진 않느냐’는 둥 골치 아픈 얘기까지 꼬치꼬치 묻는답니다. 웬일인지 그렇게 바쁜 개미가 따박따박 대답을 다 해 준다네요. 그것참, 신통방통한 일입니다.



화초를 가꾸는 사람들은 꽃이 하는 말을 듣는다더군요. ‘아이고, 예뻐라.’ 방금 핀 꽃이 기특하고 반가워서 한마디. ‘잘 잤니, 오늘도 예쁘구나.’ 아침마다 일어나 물주면서 또 한마디. ‘너도 심심하구나, 나랑 얘기할래? 나도 너랑 얘기하고 싶어.’ 무료한 오후 한때 슬며시 다가가 붙여보는 말까지. 그걸 꽃이 다 알아듣는 답니다. 꿀을 품고 있지만, 꽃은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어서 ‘경우에 합당한 대답’을 하는가 봐요.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거나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지요. 그러고 보면 사람 열이나 백보다 꽃 한 송이가 나을 때가 있어요. 뭐, ‘그럴 때’가 있다는 겁니다.



몇 해 전 길을 가다 봄꽃을 보고 말을 건 적이 있어요. ‘피느라, 애썼다.’ 겨우내 숨죽이고 살다가 이렇게 예쁜 꽃으로 피어난 게 반갑고 고마워서 건넨 인사였다지요. 방긋, 꽃이 입 벌려 내준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그 인사를 붙잡고 지냈답니다. 피느라 애쓴 꽃들을 생각하고, 그렇게 애써도 아직 다 피지 못한 꽃들을 헤아리며 붙잡았던 인사. 여러 해 지났어도 지금도 만나면 다시 인사한다니까요. ‘애썼다, 고맙다.’ 고마운 일이지요, 거기서 그대로 여태 있어 준다는 건. 때가 되면 거기서 또 꽃을 피워 준다는 건. 꽃 지고 다 죽은 것 같아도 다시 살아난다는 건.



“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며 그 뿌리가 땅에서 늙고 줄기가 흙에서 죽을지라도 물 기운에 움이 돋고 가지가 뻗어서 새로 심은 것과 같거니와 장정이라도 죽으면 소멸되나니 인생이 숨을 거두면 그가 어디 있느냐(욥기 14장 7-10절, 개역개정).” 만물의 영장이니 어쩌니 하지만 실은 인생만큼 허망한 게 없어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장 2절, 개역개정)”라고 사람의 수고, 그 헛됨과 무익을 시작부터 노래했던 전도자의 한 구절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까닭을 짚어 봐야 할 겁니다. 아무래도 ‘사람’은 ‘희망’이 아니거든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던 욥이 바라본 세상도 그랬던가요. ‘나무’에게서 본 ‘희망’을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사람의 눈으로”만 “세상을보”려 들지 말아야 합니다. 꽃의 눈, 나무의 눈으로도 세상을 봐야 해요.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는 ‘풀잎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희망이 있습니다.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누가복음 23장 28절, 개역개정)”셨다지요. 하찮게 바라본 풀잎이 우리더러 그러더랍니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라’고. 그렇게 “사람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거 아니라고. 오늘은 해 지기 전에 풀잎에 말을 좀 걸어 봐야겠습니다. 평강.



이창순 목사 (서부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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