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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목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뒤흔드는가
〈존 도우〉는 할리우드 거장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1941년 영화 〈Meet John Doe〉를 원작으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입니다. 대공황의 상처가 깊게 남아 있던 1930년대 미국에서 ‘존 도우(John Doe)’라는 이름은 당시 신문 지면과 사회 운동에 자주 등장하던 상징적 존재였습니다. 신문 편집자들이 가상의 명의로 사회 문제를 폭로하거나, 시민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익명성 뒤에 쌓인 분노와 절망, 연대의 감정은 실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그 시대 사람들에게 ‘존 도우’는 누구나 될 수 있는 얼굴 없는 이웃이자 침묵 속에 존재하던 민중의 상징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존 도우〉는 이러한 실존적 배경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실직 위기에 놓인 신문사 기자 ‘앤’이 분노에 휩싸여 쓴 한 줄의 가짜 기사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됩니다. 그녀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선다는 명목으로, 모두가 기념하고 들뜬 축일에 시청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고 공표한 익명의 인물 ‘존 도우’를 만들어냅니다. 작은 장난처럼 보였던 이 허구의 기사는 곧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며 사회 전체를 흔들어 놓습니다.
언론은 이 파동을 소비하고, 정치 세력은 ‘존 도우’를 자신들의 도구로 삼기 위해 앞다투어 움직입니다. 대공황의 절망 속에서 탄생한 이름 없는 존재는 어느새 군중의 감정과 욕망을 흡수하며 시대를 뒤흔드는 상징으로 자리합니다. 작품은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가 어떻게 정치, 미디어, 권력의 구조를 움직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익명성이 만들어내는 힘과 위험이라는 주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되새기게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에서 윌러비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정동화 배우를 비롯해 최호승, 김준영, 황민수 배우가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네 배우는 전직 야구선수이자 떠돌이 남성 ‘윌러비’의 서사를 깊이 있게 표현하며,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갈등과 선택의 무게를 섬세하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언론의 중심에서 이 사기극을 설계하게 되는 기자 ‘앤’ 역에는 최수진, 최연우, 정우연 배우가 캐스팅되어 캐릭터의 냉철함과 인간적 면모를 균형 있게 보여줍니다.
새롭게 합류한 6인의 앙상블은 다양한 배역과 장면을 오가며 극의 리듬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연출 이기쁨, 작곡 이진욱, 작가 황나영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초연보다 더 강렬한 무대를 선보이며, 시대적 모순과 개인의 선택, 군중 심리와 언론의 영향력 등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들을 힘 있게 전달합니다.
〈존 도우〉는 허구의 인물에서 출발해 현실을 뒤흔든 상징적 메시지를 품은 작품입니다. ‘존 도우’는 신원 미상의 남성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우리나라의 ‘홍길동’이나 ‘아무개’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익명성에는 분명 위험도 존재하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힘을 실어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유효한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메시지로 한 개인의 작은 외침이 거대한 사회적 움직임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또한 이름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힘이 얼마나 크고 강력한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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