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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흘러야 한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책 ‘호의에 대하여’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문 법관은 김장하 선생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녔을 뿐 아니라 그분의 삶과 인품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분을 평생의 스승으로 모신다고 합니다. 집이 가난했던 김장하 선생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고, 한약방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다가 독학으로 한약업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오늘까지 한약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어린 시절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한 때문에 장학 사업을 시작했고, 문 법관을 비롯한 100여 명 넘는 학생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한 후 국가에 헌납하였으며, 자신이 설립한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며 남은 기금 모두를 경상국립대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성취한 것들을 나누고 흐르게 한 흔치 않은 분이라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23년에는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김장하 선생을 찾아간 문 법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드립니다.”
김장하 선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가 아니었어도 자네는 오늘의 자네가 되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자네를 도운 것이 있다면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었을 뿐이니, 자네는 이 사회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한 스승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문 법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이 그리하셨듯 저도 선생님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갚을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이 쌓여 이 사회가 훨씬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 그 성취는 최대한 보장하되, 나에게 기회를 제공해준 공동체에 성취의 일부를 내놓음으로써, 그에게는 자부심과 보람을 선사하고, 이 사회에는 새로운 성취를 거둘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빕니다.”
글을 읽으며 훌륭한 스승에 훌륭한 제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은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은혜’는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는 것이며, 그 본질상 계속해서 흘러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습니다. ‘은혜’는 흘러야 합니다.
기독교는 ‘은혜’의 종교입니다. ‘은혜’라는 단어를 빼고 기독교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십자가의 복음은 ‘은혜’입니다. 우리의 구원과 새로운 삶은 ‘은혜’ 위에 서 있습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표준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련하신 구원의 길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는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로마서 3장 23-24절).”
“하나님의 은혜로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입니다(에베소서 2장 8절).”
그런데 우리가 받은 그 ‘은혜’는 우리 안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살려 새롭게 한 그 ‘은혜’는 누군가에게로 흘러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내게 주신 은혜는 흐르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누구에게 흐르고 있는지,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올해에는, 내게 주신 이 귀하고 감사한 은혜가 더 힘차게 흐르기를 소원합니다. 내게서 흘러간 ‘은혜’가 가정을 새롭게 하고, 교회를 살리고, 이 나라를 치유하기를 소원합니다. 김장하 선생에게 받은 은혜가 문형배 법관을 통해 또 누군가에게 흘러갔듯이, 내게서 흘러나간 은혜가 누군가의 삶에 흐르고, 그에게서 또 다른 이에게 흘러가기를 소원합니다. 그렇게 은혜가 계속 흘러가기를 소원합니다.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은혜를 베풀어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은혜를 흐르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샬롬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건우 목사 (좋은씨앗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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