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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 봄 하나님의 온기
올봄에는 역대상을 묵상합니다. 역대상은 역대하와 한 권의 책입니다. 통칭 역대기로 부릅니다. 역대기는 사무엘하부터 열왕기하까지의 유다의 역사를 공통으로 다룹니다. 사무엘과 열왕기가 주로 정치적 역사에 관심을 둔다면, 역대기는 종교적 역사에 관심을 둡니다. 이번 3, 4월 호에서 묵상하게 될 역대상에서는 다윗왕 시대의 역사를 주로 다룹니다.
비슷한 시기의 역사를 다룬다는 지점에서, 열왕기와 역대기는 자주 비교가 되는데요. 열왕기가 하나님 백성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느끼게 한다면, 역대기는 같은 장면, 같은 사람에 대한 평가라도 긍정하고 격려하는 시각을 느끼게 합니다. 예를 들어 역대기는 다윗의 범죄 이야기, 압살롬의 반역 이야기, 솔로몬 시대의 혼란이나 이방 여인과의 결혼과 우상 숭배의 내용을 적지 않습니다. 열왕기와 역대기의 관심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관심의 차이는 이 책들이 쓰인 시기를 알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열왕기는 포로로 끌려가던 시기에 쓰였고 역대기는 포로 귀환 이후에 쓰였습니다. 이런 시기의 차이는 당시 백성들이 가졌을 질문에 차이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열왕기 시대의 질문이 “우리는 왜 포로로 끌려가게 되었지?” 였다면, 역대기의 질문은 “우리의 뿌리는 뭐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였을 것입니다.
열왕기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들의 타락과 불순종이 언급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열왕기는 비판적이고 예언적으로 읽힙니다. 돌이켜 새롭게 시작할 분위기가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역대기의 질문에는 하나님 백성으로의 정체성이 대답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포로기 이후의 세대에겐 희망이 필요했고 응원이 필요했습니다. 역사를 새롭게 정비하고 무너진 성전과 성벽을 다시 건축해야 할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역대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시작부터 아홉 장에 걸친 긴 족보가 나열됩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모든 족보에는 하나님의 언약이 숨겨져 있습니다.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의 성품을 족보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역대기 족보의 특징은 놀랍게도 아담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첫 사람과 유다의 연결을 통해 역대기 저자는 그들이 창조주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역대기에는 솔로몬 성전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솔로몬 성전에 대한 역대기의 관심을 볼 수 있습니다. 무너진 성전을 재건해야 하는 포로기 이후 세대의 시대적인 사명 때문이었을 겁니다. 바로 그 세대가 이 책의 독자들이었으니까요.
우리 세대의 사명은 무엇일까요? 역대상을 읽어가는 우리들의 마음은 어떤가요? 실패와 고난의 삶 속에 무너진 우리들의 마음에 하나님은 역대상을 통해 어떤 음성들 들려주고 계신 걸까요? 다시 새봄, 우리들의 기나긴 겨울을 녹이시는 하나님의 온기를 느껴보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길승 ([사]WAFL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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