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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인간을 연극에 담다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이 2026년 시즌의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7편의 자체 제작 공연을 비롯해 공동기획과 기획초청작까지, 시대를 반영한 연극들이 다양한 형식과 서사로 관객을 만납니다. 국립극단은 2025년 ‘아시아 연극의 게이트’를 선포하며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26년 싱가포르와 홍콩 등 주요 해외 연극제에 초청받아 국경을 넘어 세계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 표제인 ‘현존과 좌표’ 아래, 특히 2026년은 ‘불완전함의 역설’이라는 주제를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결함과 모순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인간 삶의 드라마를 다루고 있습니다. AI시대가 가속화되며 ‘불완전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원적 힘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삼은 작품들이 2026시즌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립극단은 2026년을 새로운 레퍼토리의 발굴과 정착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색하는 원년으로 정했습니다. 단발성 제작을 넘어, 반복 상연을 통해 축적되는 작품의 힘과 무대의 지속성을 검증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를 위해 레퍼토리 후보작들을 시즌 라인업 전면에 배치해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 반응, 흥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한국 연극의 확장성을 추구합니다. 이에 3, 4월에 만날 수 있는 연극 두 편을 소개합니다.
인생의 모상에 드리운 연극의 알레고리, 〈삼매경〉
함세덕의 희곡 『동승』을 이철희 연출가가 재창작한 작품으로, 2025년 국립극단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낭만주의 희곡의 전설적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소생시키는 동시에, 1991년 〈동승〉 공연으로 연극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지춘성 배우가 주역으로 나서 혼신의 연기를 선보이며 연일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삼매경〉은 연극적 상황에 극단적으로 몰입한 배우의 의식이 비로소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서사로 풀어냅니다. 과거 자신의 역할을 실패로 인식한 채 연극의 시공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배우는, 세상을 떠난 후 과거와 현재, 연극과 현실이 혼재된 기묘한 ‘삼매경’을 경험합니다. 작품은 고뇌하는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의지를 관객 앞에 드러냅니다.
이철희 연출가는 ‘고전에 대한 저항’을 동력으로 원작의 심상을 분절하고 재구성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태동력을 무대 위로 풀어냅니다. 그 속에서 ‘깨달음’은 단번에 도달하는 상태가 아니라 반복과 흔들림, 머무름과 방황의 과정 속에 다가온다는 메시지를 섬세하게 쌓아 올립니다.
인륜과 윤리의 충돌, 〈그의 어머니 Mother of Him〉
에반 플레이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매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밀도 높은 심리극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배우들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와 치밀하게 구축된 서사는 관객과 두터운 극적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작품은 끔찍한 사건을 중심에 두되, 시선의 중심을 가해자가 아닌 ‘그의 어머니’에게 둡니다. 범죄를 저지른 아들의 형량을 줄이려는 어머니의 모습은 감정적 억압과 폭발을 반복하며 전개됩니다. 인간 본능의 직시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사회가 설정한 도덕적 경계 속에서 한 개인이 겪는 내적 균열이 극도의 긴장 속에서 드러납니다. 관객은 사회적 낙인과 인간적 연민, 윤리적 판단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게 됩니다.
국립극단은 2026년 재공연에서 주역의 뉴 캐스트를 시도하며, 초연 당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였던 공연을 명동예술극장으로 옮겨 무대 디자인을 새롭게 구성합니다. 작품이 지닌 본질적 힘과 드라마의 완성도는 더욱 강화될 예정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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