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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집은 부실 설계입니다
건축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자재가 부족하거나 공기가 지연될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진짜 위기는 지반에서 균열이 발견되었음에도, 이미 투입된 비용과 시간이 아까워 원래 설계대로 층수를 올리라고 몰아붙이는 ‘건축주의 고집’이 나타날 때입니다. 구조적 결함을 무시한 채 화려한 대리석으로 외장재만 덧입힌 건물은 결국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합니다.
저에게도 20대 시절, 절대 수정할 수 없다고 믿었던 저만의 ‘인생 설계도’가 있었습니다. “서른 살 전까지 10억을 모으자.” 가난이라는 척박한 땅에 세워진 제 설계도의 핵심 기둥은 오직 ‘돈’이었습니다. 지반이 흔들려도 돈이라는 자재만 충분하면 안전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권유하는 부모님의 조언이나 하나님이 보내시는 영적인 경고음은 제 고집 앞에서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오직 제가 그린 도면대로만 인생을 완공하려 했던 고집스러운 건축주였습니다.
성경 속 야곱 또한 자신의 고집으로 성을 쌓았던 인물입니다. 그는 평생 자신의 계산과 수단으로 인생을 세워 왔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야곱의 노년, 그의 인생 공사 현장에 ‘심한 기근’이라는 강제 중단 명령을 내리십니다. 왜 하나님은 약속의 땅에 거하는 자에게조차 이런 기근을 허락하실까요?
그 이유는 부실한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은 결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계획대로 돈을 모으고 성공 가도를 달릴 때는 삶의 균열을 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하나님 없이도 내 힘으로 이 높이까지 올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때로 우리 인생에 기근을 허락하여, 우리가 붙들고 있던 부실한 기둥들을 흔드십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계획대로 돈이 모일 때는 인생 건물이 근사해 보였지만, 가장 믿었던 이에게 사기를 당하고 모든 자원이 바닥났을 때 제가 고집했던 설계도는 순식간에 종잇조각이 되었습니다. 지독한 기근 속에서 현장이 폐쇄되고 나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세운 기둥은 모래 위에 있었고, 진짜 반석은 오직 ‘예배’와 ‘말씀’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야곱은 기근의 절정에서도 ‘베냐민’이라는 마지막 지지대를 붙들고 설계 변경을 거부했습니다.
“내 아들은 너희와 함께 내려가지 못하리니… 만일 재난이 그에게 미치면 너희가 내 흰 머리를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게 함이 되리라(창세기 42장 38절, 개역개정).”
야곱에게 베냐민은 무너져가는 인생 건물을 지탱해 줄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내려놓지 못하는 자존심, 재산, 자녀”라는 이름의 기둥들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고집은 단순한 성격이 아닙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설계를 거부하고 내가 주인이 되어 공사를 강행하려는 ‘교만’입니다. 하나님은 때로 기근을 통해 우리에게 ‘전면적인 설계 변경’을 요구하십니다.
지금 인생의 심한 기근 속에 계십니까? 그것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저주가 아닙니다. 부실한 고집의 기둥을 철거하고, 가장 견고한 반석이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당신의 삶을 다시 세우라는 사랑의 배려입니다. 나의 고집스러운 설계도를 수정하여 하나님의 도면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고난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영원한 인생의 집이 지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장준영 목사 (혜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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