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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4-10-01 (화) 22:40 조회 : 150
예수님과 근위병



버킹엄 영국 왕실을 지키는 근위병은 영국 군인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입니다. 중세 복장에 깃털 꽂은 모자, 색실 달린 장화, 허리에 찬 칼은 멋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근위병이 되려면 여러 신체적 조건을 갖춘 것 외에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궁 앞에 경비를 서는 그 순간에는 절대로 손끝, 발끝 하나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규칙입니다. 망부석이 되어서 정면만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것은 까다롭고 엄격해서 규칙을 어긴 병사가 근위병에서 쫓겨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기 있는 관광객들은 이들에게 다가가 어떻게든 그 부동의 자세를 흩트려 보려고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옆에 서서 팔장을 끼기도 하고, 눈앞에서 코미디를 하며 웃음을 유발시키려 합니다. 물론 그런 때도 표정 없이 빳빳이 서서 절대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근위병들의 바른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작가가 그런 근위병의 모습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았더군요. 그날 휴일을 맞아 어머니와 어린 동생이 왕궁으로 오빠 근위병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근위병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까지 눈길을 전혀 주지 않고 정면만 응시하며 보초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철부지 여동생이 다가와 그런 오빠 곁에 섰습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었죠. 부동의 근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오빠 옆에 바짝 붙어 손을 잡는 여동생! 앞에는 사진 찍는 친구가 섰고. 그때, 손을 아래로 뻗치고 있던 근위병의 그 하얀 장갑 낀 손끝이 아주 작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더니 가만히 동생의 손을 잡아주더군요. 아주아주 살짝 손가락 끝으로 잡는 오빠의 손길! 아무도 쉽게 눈치를 못 챘겠지만, 그 비디오카메라 작가는 포착해서 촬영했더군요. 그 움직이는 손끝을! 그 불법을!



자신의 움직임이 불법인 줄 알았으리라. 해고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런데도 다가와 손을 잡는 어린 여동생이 사랑스러워 그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숨기지 못하고 손을 잡는 근위병!

예수님은 죄 많은 우리의 손을 잡으시려고 십자가에서 고통을 받으셨습니다.



이창훈 목사 (목양침례교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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