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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퓰리처상 사진전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4-11-20 (목) 13:41 조회 : 5543
문학으로 남긴 역사
 
우리는 누구나 집에 현상된 사진이 꽂혀있는 앨범 한 권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앨범을 열어 사진을 보면 어느새 그 시간으로 돌아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그 눈 깜짝할 순간에는 그 순간의 장면뿐 아니라 그 시간과 감동, 그리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추억까지 함께 남습니다. 깊이가 있는 사진은 지나가버린 시간의 기쁨과 환희, 그리고 슬픔과 애통함, 사진에 찍히는 그 장면과 그 장면을 남기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함께 남기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진은 단지 ‘남기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의 ‘실존했던 역사’ 또는 ‘살아있었던 문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을 사진작가(作家)라고 부르는 말이 이젠 전혀 어색한 말로 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긴 설명이나 해설을 듣는 것 보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다빈치의 그림처럼 실제(實際) 지나갔던 실재(實在)적 순간이 단 한 장의 프레임 안에 살아있는 예술로 남은 사진은 여러 가지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사진 문학을 만드는 사진작가들에게 더할 수 없는 명예로 말할 수 있는 상이 있습니다. ‘퓰리처상’입니다.
 
‘퓰리처상’은 미국의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에 의해 1911년 시작되었습니다. 창설 당시만 해도, 우리가 흔히 아는 보도사진 부문의 퓰리처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1942년에 이르러서야 시상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사진전 부문의 퓰리처상은 오늘날까지 매년 이어지며 세계의 주요 이슈들을 생생히 담아내는 사진들에게 보도사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선사합니다.
 
그렇다면 역대 퓰리처상 보도사진 부문 수상작들은 어떻게 하여 전시회로 탄생하고 대중에게 소개 되었을까요?
 
<퓰리처상 사진전>은 큐레이터인 시마 루빈(Cyma Rubin)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그녀는 1994년부터 퓰리처상 사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지금의 전시로 발전시켰습니다. 시마루빈은 시마 루빈은 퓰리처상 사진전의 큐레이터이자 토니상과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프로듀서 겸 감독, 극작가입니다. 그녀는 사진기자들에 대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 주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해 주며, 우리 모두를 이어주는 것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존재’라고 정의 내리면서 순간을 역사로 남긴 것이 사진기자들의 몫이었다면, 이 역사의 순간들을 엮어내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은 루빈의 의도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전이 6월 24일부터 9월 14일까지 총 80일간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순간의 역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 퓰리처상 사진전>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습니다. 1998년, 2010년 이어 세 번째 한국 전시입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매번 한국 사진전시의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역사의 교훈과 감동을 선사해 왔습니다. 특히, 2010년 전시는 서울에서만 22만 명의 유료 관람객을 기록하며,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수 시간의 대기 끝에 전시장에 들어서야 했을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진에 대해 전혀 문외 하더라도 각 사진에는 해당 장면을 포착한 사진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 따라붙어 당시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연도별로 구성된 전시장을 돌고 나면 최고의 사진 작품이 주는 감동뿐만 아니라 지구촌 주요 뉴스와 근∙세계사를 익히면서 역사의 한 순간에 들어가 있는 기분과 함께 사진마다 사진이 남긴 이야기가 너무 사연 깊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사진전을 특별히 ‘또 하나의 전시, 6.25, The Forgotten War(잊혀진 전쟁)’라는 이름으로 6.25에 대한 전시도 함께 합니다. 이 전시에서는 AP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맥스 데스포가 퓰리처 위원회에 출품했던 사진들과 미공개 사진 중 선별된 36점을 선보입니다. 이 사진들은 전쟁 발발 3개월 후인 1950년 9월부터 12월에 이르는 한국전쟁에서 가장 긴박했던 4개월을 담고 있습니다. 전시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 수복, 평양탈환, 중공군의 개입, 흥남철수 등 총 4개의 주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전시의 제목이 상징하듯 전쟁은 이 땅에서 벌어졌지만, 풍요로운 오늘에서는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맥스 데스포의 말은 역사인식의 부재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다가옵니다. 사진전을 감상하다보면, 사진이 ‘남기는 것’이상의 문학과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진가를 넘어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기자 정신을 느낄 수 있는데, 순간을 기록하여 역사를 남긴다는 사진기자의 투철한 직업정신은 단 한 장의 사진을 담기 위한 과정을 알고 보면 더욱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199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마이클 매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 생각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 벽장 안 낡은 사진이 역사의 증인이 되는 그 순간을 직접 보고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INFO
 
일 시 : 2014년 6월 24일(화) ~ 2014년 9월 14일(주일)
장 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티 켓 : 성인 12,000 / 중·고생 10,000원 / 초등·유아 8,000원
주 최 : 중앙일보, JTBC, YTN
문 의 : 1644-6013
 
[사진제공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1. 2007 한 엄마의 여정(A Mother’s Journey) by Renee C. Byer, Courtesy of The Sacramento Bee 2. 대동강철교(Korean War) 1950 by Max Desfor, Courtesy of AP Max Desfor Collection
 

한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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