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가끔 부모들은 갓난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실제로 어릴 때 몇 번, ‘난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상상에 빠져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커가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덧셈 뺄셈이 어려울 때, 잃어버린 휴대폰을 냉장고 안에서 찾을 때, 안경을 쓰고는 ‘내가 안경을 어디에 뒀지’하고 찾는 자신의 둔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점점 그런 상상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가끔 해외토픽에 나오는 영재나 천재들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지요. 천재로부터 요원한 삶을 살게 되면서 정말 궁금해집니다. 천재로 산다는 건 어떤 삶일지.
18세기 유럽을 주름잡았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그는 아직까지도 수많은 창작물의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라이벌이자 모차르트를 끊임없이 질투하는 살리에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2인자의 애환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는 살리에르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우러러보면서도 살리에르를 이해하게 되니까요.
뮤지컬 <모차르트!>의 초점은 조금 다릅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동안 많이 부각되었던 그의 천재성 보다는 인간 모차르트에 더 집중하여 그의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저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했던 그의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극을 전개하는 방식이 독특한데요, 모차르트를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근간인 아마데(Amade)로 분리시켜 내면의 갈등을 표현해 인간 모차르트의 내면에 좀 더 다가가게 만듭니다.
한 천재의 주변은 그의 내면만큼이나 소란스럽습니다. 아들의 천재성을 지켜주기 위해 강압적인 교육을 하려하는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갈등, 모차르트를 재능있는 음악가가 아닌 자신의 명예를 위한 소유물로만 생각하는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대립, 열렬히 사랑했지만 결국 놓칠 수밖에 없었던 콘스탄체와의 사랑, 호시탐탐 모차르트를 이용해 돈을 뜯어낼 기회만 엿보는 친구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한 무대 위에 펼쳐지니까요.
이런 갈등이 클래식으로만 소화가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지만 음악은 훨씬 더 입체적입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는 클래식의 진지함과 어려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열정적인 록, 감미로운 팝, 부드러운 재즈를 통해 18세기의 천재음악가를 당대 최고의 대중스타로 만듭니다.
이야기는 모차르트의 부인이었던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해골을 찾아 그의 천재성을 연구하려는 메스머 박사를 자신의 전 남편이 묻혀 있는 비엔나의 성 마르크스 공동묘지로 안내하면서 시작됩니다. 관객들은 신동 모차르트의 어린시절로 돌아가, 격정으로 가득찬 그의 일생을 마주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했던, 평범하기를 원했던 한 남자, 어쩌면 우리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천재의 삶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민과 공감으로 모차르트의 삶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모차르트 역은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이 맡았습니다. 임태경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박은태는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롭고 거침없는 매력으로, 박효신은 중후한 음색과 음악가로서의 고뇌에 찬 모습으로 각기 다른 모차르트를 표현합니다.
어느새 유럽발 뮤지컬은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한국인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의 원작자인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작품입니다. 2010년 세종문화회관 초연 당시에도 큰 호응을 얻었던 이 작품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더 탄탄한 캐스팅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몇 세기 전의 인물, 그것도 우리와는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 인물의 이야기가 이렇게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여전히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가 겪었던 삶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천재의 이야기에서 보고 듣고 싶었던 것은 시작과 끝이 화려한 여정이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음’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INFO
일시 : 2014년 6월 14일(토) ~ 2012년 8월 3일(주일) 화,목,금 8시 / 수 3시, 8시 / 주말 및 공휴일 2시, 7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민영기, 김수용, 박철호, 이정열, 신영숙, 차지연, 배해선, 임강희, 김현숙, 조성지, 박형규, 황만익 외 티켓 : VIP 13만원 / R석 11만원 / S석 9만원 / A석 7만원 / B석 5만원 / C석 3만원 홈페이지 : www.musicalmozart.co.kr 예매 : 인터파크 1544-1555 문의 : ㈜EMK뮤지컬컴퍼니 02-6391-6333
![사본 -403[모차르트!]박은태.jpg](http://iwafl.com/data/cheditor4/1702/069abd9d3a93ac823ee09db312cbddc4_20170206112853_ugmotzvf.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