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딜 고쳐볼까?
요즘 대기업에 취업하려면 어마어마한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대학교 학점 3.6이상, 토익800점은 기본, 어학연수와 젊은 나이… 하지만 보이지 않는 스펙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외모. 언젠가부터 무시할 수 없는 스펙이 되었습니다. 성형외과에는 ‘취업성형’이라는 상품이 생겼을 정도니 말입니다. 이제는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성형을 생각해야하는 시대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세상에 일침을 가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인기 웹툰이 있습니다. 하일권 작가의 ‘삼봉이발소’ 다소 무거운 소재이지만 판타지와 코믹을 더해 진부하지 않게 풀어냅니다. 이 작품이 연극 무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판타지적인 요소와 코믹스러움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기대하며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공연의 시작은 어두운 조명과 함께 자신의 키만 한 큰 가위를 든 잘생긴 의사? 박사? 기타 등등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흰 가운을 입고 무협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아. 연극 제목이 <삼봉이발소>이니 그 남자는 이발사 이겠군요. 이어 여학생 둘이 체육시간에 달리기 할 준비하고 있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딱 봐도 한 학생은 엄청 예쁘고, 한 학생은 큰 뿔테 안경을 끼고, 음… 무릎 나온 운동복 바지가 참 잘 어울렸습니다. 예쁘지 않은 학생 ‘장미’는 예쁜 짝 ‘수진’과 항상 비교 당했습니다.
둘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진이, 수진이” 남학생들의 일방적인 응원소리에 ‘장미’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자신이 진다면 ‘못생긴 게 달리기도 못해?’라는 질책을 받을 것이며, 이긴다면 ‘독한 년’이라는 독설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TV에서는 요즘 한창 극성인 바이러스 보도가 나옵니다. ‘외모바이러스’ 못생긴 사람만 걸리는 병인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트라우마가 되어 미쳐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장미’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이 바이러스의 걸린 친구들이 하나, 둘 속출하게 됩니다. 이 병은 약도 없다고 하는데요. 이런 병이 있다면 저도 조심해야겠네요. 그런데 이 병을 치료하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봉이 세 개 달린 이발소의 이발사인데요. 그는 ‘외모바이러스’에 걸린 환자에게 다가가 징그럽게 못생겼다는 독설을 퍼붓습니다. 환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두려움을 자극합니다.
그리고는 공연의 첫 장면이 다시 연출됩니다. 그렇게 무엇인가를 무찌른 뒤 마지막으로 큰 가위를 이용해 환자의 머리를 돌려 깎습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합니다. “너의 내면의 좋은 점들을 외적 형상으로 표현한 내 작품이지.” 라는 멋진 한마디를 남기며 말이죠. 그렇다고 언제까지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에 치료하러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명, 한명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동안 ‘삼봉’이 자신은 죽음을 향해갑니다.
하지만 “이 땅에 태어난 누구나 행복해 질 권리가 있어.”라며 치료를 멈추지 않는 삼봉이. 그는 왜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까요? 연극<삼봉 이발소>는 웃음만 주는 공연이 아닌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공연이라 더욱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합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세상. 그 속에 사는 우리들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감 없이 살아가기 쉽습니다.
예쁘고, 잘생긴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코를 높이고, 앞트임, 뒤트임을 하고 양악수술과 지방흡입을 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어딜 고쳐야 진정으로 예뻐질 수 있는지 연극<삼봉 이발소>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변한 건 없어, 변한 것이 있다면 변했다고 생각하는 니 마음….”
INFO
일시 : 2014년 1월 7일(화) ~ OPEN RUN
화, 수, 목 8시 / 금 5시, 8시 / 토, 주일 3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JH아트홀
원작 : 하일권 웹툰(삼봉 이발소)
연출 : 박윤호
티켓 : 30,000원
출연 : 샴푸팀 – 김재원, 김수연, 이화열, 김윤미, 노을, 유수동
린스팀 – 박일우, 이수진, 이소금, 박소영, 김민채, 이진욱
문의 : 제이에이치 컴퍼니 070-4355-0010
한창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