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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노출
얼마 전 미국의 한 은행으로부터 창립25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더센터뱅크사반세기기념사진작품제작을 의뢰받았습니다. 생명체나 사람에겐 한해 한해를 살아낸 나이가 익숙하지만 은행이나 사회적 조직에게 나이란 무엇일까?
생명체에게 첫 한 해를 살아냈다는 것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온갖 압박의 한주기를 이겨낸 것을 의미했듯이 은행 역시 그랬기에 이런 요청을 했을 것입니다. 그처럼 은행의 설립자과 직원들만이 아는 스무 다섯 해의 대견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주위 다른 경쟁업체나 환경으로부터의 압박이 심했을수록 그 가치가 귀할 것입니다. 그렇게 이십오 년을 견디고 지켜내 이젠 어엿한 성년으로 자랐음을 축복하기 위해, 나도 스물다섯 번의 다중노출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한 장의 필름위에 빛을 스물다섯 번 하나 하나 더해 나가는 노출행위와 연결시켜 의미를 준 것입니다. 사진촬영에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 렌즈를 통해 빛이 필름에 맺혀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한 컷 한 프레임 초점을 맞추고, 빛의 양을 계산해 1/25(이십오분의일) 이미지를 필름위에 하나하나 계산하며 앉혀 나갔습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조심스러웠습니다. 다음 셔터를 누를 때까지의 시간적 간격인 인터벌이 일 년이란 시간의 무게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겨난 시간 사이로 맺혀질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5년 이 은행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무슨 일이 없었겠습니까? 은행의 약력들을 되 뇌이며 멀티익스포저레블을 검지 손가락으로 잡은 상태에서 엄지로 필름어드벤스레블 감기를 되풀이하였습니다. 그렇게 셔터릴리즈버튼을 누르면서 더센터뱅크의 지난 한해들을 축복하였습니다.
요즘세상에서 기업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버금가는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법적으로 법인이라는 개념을 설립하고 사람처럼 태어나고 죽으며 그 사이 사건들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만든 조직의 진화로 법인체를 더욱 더 하나의 사람처럼 취급하며 법적으로는 인격체로 인정하여 사람과 비슷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정의한 개념과 잇대어, 사람들이 구성체가 된 법인은 실제 사람보다 더 현대사회를 이루고 있는 골격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내용이 우리와,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과의 갈등으로 시작됩니다.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나님이 바라시는 세상을 이루시기 위해 우리의 삶에 간섭하십니다. 그 과정의 핵심 줄거리가 성경임을 세상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이라는 고유명사가 일반화되어 바이블이라는 일반명사로 쓰입니다.
거기에 한 사건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사사기와 열왕기 사이에 있는 사무엘 상 8장4절부터 8절까지입니다. “이스라엘 모든 장로가 모여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게 나아가서 그에게 이르되 보소서 당신은 늙고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의 행위를 따르지 아니하니 모든 나라와 같이 우리에게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 한지라. 우리에게 왕을 주어 우리를 다스리게 하라 했을 때에 사무엘이 그것을 기뻐하지 아니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백성이 네게 한 말을 다 들으라. 이는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 내가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날부터 오늘까지 그들이 모든 행사로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김 같이 네게도 그리하는 도다.”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런 선별된 사람들이 모여, 주위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방식인 왕정을 하나님의 사사인 사무엘에게 요구하는 장면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왕정은 하나님의 임재가 없기에 스스로 인본적인 방법으로 정치를 풀어나가는 제도였습니다.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집중적인 사랑과 은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최선책을 거부하고 나선 것입니다. 진정 속마음은 하나님의 간섭을 막기 위해 하나님을 쫓아버리던가 스스로 하나님으로부터 떠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더 나아가 왕을 세우겠다는 것은 자기가 왕이 되고자한 것입니다. 즉 당시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인본주의적 사고의 발상이 표출된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가 자신의 주인으로 살뿐 아니라 모든 제도에 대한 주인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배제한 것입니다. 그 이후 수많은 왕을 세워나갑니다.
이 일은 사무엘 선지에게 왕정을 요구한 이스라엘 장로에게 국한된 예전 일이 아닙니다. 지금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엄격히 인간들에게 명하신 제일계명에 대한 반역입니다. 하나님은 사무엘의 기도에 정확히 대답해 주셨습니다.
“이는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
그리 말 하시면서도 왕정을 허락하십니다. 하나님과 우리는 오늘도 그런 관계이고 존재입니다. 인간과 생명체에 물이 중요하다하여도 물이 생명일 수 없듯이 제도와 형식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속마음이 더 중요한 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욕심과 허물을 새 언약으로 완성시켜주셨습니다. 나와 저희를 진정한 왕으로 세워주셨습니다. (베드로전서 2장 9절: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왕자 요나단이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깊이 사랑하여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준 이상으로 아무 공로 없는 우리에게 진정한 왕이신 예수님이 어의를 입혀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세상의 왕을 넘어 진정한 왕의 가족이며, 하나님과 통하는 제사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게 더센터뱅크사반세기기념사진작품제작은 사진가로서 이십오 년 세월동안 더센터뱅크 임직원들이 흘린 땀과 노력 위에 하나님의 축복을 확인시켜주는 작업이었습니다.
함철훈 교수(몽골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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