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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기
사진을 하며 직업병이 생겼습니다. 사물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잘 찾아내게 된 것입니다. 사진기 뷰파인더로 대상인 나무 · 산 · 바위 · 자갈 · 강 · 파도 · 하늘 · 바다 · 구름 · 안개 · 눈 · 꽃 · 비 · 풀 · 숲 · 돌 등을 끈질기게 살펴보다 그들 속에 깊이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사물의 끝에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이 모여 사는 나라와 겨레의 은밀함이 덩어리로 감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산업으로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학자가 논리적인 추론으로 먼저 예측하였습니다.
반세기전 우리나라가 전쟁의 상처를 추스르고 있을 때 독일의 미래학자는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이후의 한국을 세계적인 산업국으로 미리 예견한 것입니다. 1967년 허만 칸(Herman Kahn)과 앤서니 제이 위너(Anthony J. Wiener)의 책 <2000년-다음 33년을 예상하다(The Year 2000-A Framework for Speculation on the Next Thirty Three Years)>에서 이스라엘과 한국 등 일곱 나라를 꼽았습니다.
당시 우리를 포함해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직감보다는 논리의 눈으로 앞을 내다본 예입니다. 그 일이 정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제가 겪은 일입니다. 2012년 9월 25일부터 유럽서 한국문화주일을 선포하는 행사가 이태리 밀란서 열렸습니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와 밀라노시 그리고 밀란지자체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MIA(Milan Image Art fair), 삼성, 현대, 한진 등 14개 단체와 기업에서 후원한 행사였습니다.
한 주간동안 밀라노 시내 극장에선 한국 영화들이 상영되었고, 밀라노 시 광장에선 케이팝(K-Pop)으로 유럽젊음들과 열기를 나누었습니다. 밀란의 사진학교 FORMA전시장에선 <우리가 만난 바람과 물(Quando il Vento incontra I’Acqua)>이란 제목으로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선포하는 행사였습니다. 그 전시에 앞서 이태리 사진 전문 월간지 <포토그라피아>의 엘리오 피아자 편집장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있었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뒤 그는 대동한 기자들 앞에서 함께 전시된 사진을 일본의 한줄시 하이쿠와 비교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한국문화주일을 선포하는 국가적 행사에서 일본을 언급하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큰 실례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을 끊고 제가 반문 하였습니다. “당신 보기에 한국과 일본이 지향하고,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전시된 내 사진이 일본의 작위적인 방법과 비교되긴 싫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같은 장소 이태리 밀라노에서 가구조명박람회가 열렸고 거기서 평론가 크리스티나 모로치는 “일본 작품은 무겁고 딱딱해 그림자 같은 느낌을 주는데 한국은 정감이 넘치고 개방적이라 태양과 같은 분위기”라고 극찬한 기사(중앙센데이 제318호 2013-04-14)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극적인 일을 겪으며, 우리나라를 급격히 다시 세우시는 하나님의 의도를 성경에서 짚어보았습니다. 물론 모든 나라들을 우리가 모르는 독특한 방법으로 각각 세우실 것입니다. 아름다움에 예민한 주님의 눈길이 아둔한 제 눈에도 완연히 보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요한복음 21장 19절 말씀입니다. 주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모든 걸 포기한 베드로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 장면을 읽는 우리마져도 몸 둘 바를 모르며 부끄러워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닭 울기 전 그토록 사랑하며 따르던 선생님을 세 번이나 외면한 베드로였기에, 도저히 그분의 그윽한 눈길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제 직업병을 통해 눈치 챘습니다. 예수님의 눈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베드로가 아니라, 평생을 통해 결국 이뤄 낼 베드로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미리 보고 계셨습니다.
감히 선생님처럼 십자가에 바로 달리지 못하고, 차라리 거꾸로 박혀 달린 아름다운 베드로! 그렇게 주님은 베드로를 다시 세우셨습니다. 베드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일을 처음부터 이미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역할을 미리 보고 계십니다. 그렇게 주님은 내 평생 가장 아름다운 나도 모르는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미리보고 계십니다. 그래서 주님은 지금도 여전히 나와 우리의 가장 아름다움을 위해 다시 일으키고 계십니다.
함철훈 교수(몽골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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