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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손 나는 오른손잡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밥을 먹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모든 일들을 오른손의 주도아래 해왔기 때문에 오른손으로는 마음먹은 대로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왼손은? 왼손의 존재가치는 별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너 거기 있었니?' 라고 생각이 들 만큼. 나의 전반적인 삶에 있어 왼손은 오른손이 제 역할을 해내고도 부족하거나 부득이하게 오른손을 다쳤을 때만 떠올리게 되는 존재였습니다. 영화에서라면 오른손이 주인공, 왼손은 잘 나가야 조연 아니면 가끔 등장하는 인물 정도랄까. 그래서 왼손이 주가 되면 모든 게 서툽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고 글씨도 삐뚤빼뚤 밥을 먹는 것도 오른손을 사용할 때와는 다르게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맙니다. 분명히 내 몸의 일부인데 통제가 안 되는 왼손이 정말로 내 몸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시대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겨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새로운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이 문장 뒤에 숨겨진 진실은 내가 그림을 잘 못 그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잘 그리지 못할 바에야 왼손으로 그린다면 어차피 왼손잡이가 아닌 내 그림을 누구도 비난 할 수는 없을 것이지 않겠습니까. 손의 근육도 왼손 사용이 익숙하지 않음을 아는지 근육통을 호소해왔고 선도 똑바로 긋지 못했습니다. 생각한 대로 표현이 되지 않았고 자꾸만 다른 데로 가고 마치 다른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것만 같은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오른손으로 돌아와!' 라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오른손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색연필을 쥐어줄 뻔 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귀를 닫은 채 왼손으로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굳은 의지로 끝까지 왼손으로 그림 그리기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아이고.'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저릿저릿한 왼손을 털어낸 뒤 그린 그림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웬일인지 왼손으로 그린 그림은 그저 그런 오른손으로 그린 것보다 매력적이고 감각적으로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에겐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 기준에선 만족스러운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재미로 시작했던 이 과정 가운데서 작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안에서 아등바등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표설정에 있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내 능력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먼저 기도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으려 애썼고 하나님보다는 사람을 의지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이 하나님이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은연중에 믿고 있었던 나의 오른손은 아니었을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그리고 자주적인 나의 오른손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졌던 건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계획이 어긋나고 기대했던 것들이 틀어지고 무너졌을 때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리석고 미련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나아가 내가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려놓았을 때그 분의 손은 나를 비교할 수 없는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셨고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내가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그보다 더 나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멋진 모습으로 날 변화시키셨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왼손처럼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 하나님은 항상 나와 동행하셨고 그 분 없이는 지금까지 해냈던 모든 일들도 할 수 없었음을 고백하게 하셨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사41:10)앞으로도 내 삶은 그 분, 바로 하나님께 맡기렵니다. 내가 의지했던 나의 오른손 보다는 그 분의 의로운 오른손이 훨씬 더 놀랍고 경이로움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하이디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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