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와 할아버지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7-09 (목) 23:16 조회 : 2384

“물어봐줬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세배하면 항상 주시던 용돈. 소파에 앉아 계시면 그 무릎위에 앉아 재롱부렸던 시간들. 손에 잡힌 많은 주름들이 떠오릅니다.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젊은 시절,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살아온 그분들의 시간들은 어땠을까? 사실 우리는 그 시간에는 관심조차 없을지 모릅니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MSG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준희’는 멜로드라마가 쓰고 싶은 혈기만 왕성한 공연대본작가입니다. 그는 여러 가지의 소재를 가지고 자신의 선생님 앞에서 그것들을 토로하지만 그의 선생님은 ‘준희’가 별 정성을 부리지 않던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완성해보라 합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글을 쓰기로 생각한 ‘준희’는 소재를 찾기 위해 조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글을 쓰기도 전에 할머니는 쓰러지셨고 결국 할머니가 '절대'도와주지 말라던 할아버지의 수상한 과거, ‘임수임 할머니 찾기’ 여행에 동행합니다.

할머니가 아프신 가운데, 할아버지가 찾고자 하는 옛 은인, 임수임 할머니는 마치 할아버지의 첫사랑 같은 기분도 듭니다. 어쩌면 남들은 모르는 ‘멜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던 ‘준희’는 자신의 약간의 불순한 의도를 할아버지를 향한 배려와 관심으로 포장했던 짧은 시간에서 할아버지를 보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과연 임수임 할머니를 찾았을까요? 할아버지는 여행도중 할머니의 비보를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욕합니다. 노년에 바람난 할아버지라고… ‘준희’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가지 않고, 소통한 시간이 없었다면 저들처럼 할아버지를 욕했을 거라고.

연극<나와 할아버지>는 기승전결도 없는 수필입니다. 대사에도 꾸밈이 없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연신 말싸움만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잔소리만 하시고요. 무대도 매우 단순합니다. 단순하다 못해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해도 될 정도로 단촐 합니다. 화려한 조명도, 화려한 음악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표현 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것이 차라고 하면 차가되고, 여기가 여관이라면 그냥 여관이 됩니다. 정말 이 작품에는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2년 연속 모든 좌석이 매진 행렬을 이루고 있는 힘은 무엇에 있을까요? 그것은 작품 속에 우리의 삶이 묻어나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담백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끝자락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저처럼 억지로 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물어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할아버지에게, 혹은 부모님께 이렇게 여쭤봐야겠습니다.

“어떤 꿈을 꾸시며 살아 오셨어요?"

INFO

일시 : 2015년 5월 5일(화) ~ 2015년 8월 2일(주일) 화,목,금 8시 / 수요일 4시, 8시 /

토요일 3시, 6시 주일, 공휴일 2시, 5시
장소 : 예그린씨어터
프로듀서 : 조한성, 안혁원
작/연출 : 민준호
출 연 : 김승옥, 한갑수, 오용, 이의준, 홍우진, 박정표, 김호진, 이지선, 박보경,

양경원, 차용학, 오의삭
문 의 : story P 02)744-4331

한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