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상이한 두뇌에서 전략이 나온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두뇌싸움에서는 검은 말이 그 때 그 때 흰 말의 술수를 알 수 없고 항상 추측할 뿐이며 그걸 막으려고 하지요. 반면에 흰 말은 검은 말의 숨은 의도를 앞질러 내다보며 방해하려고 애쓴다는 데 그 매력이 있거든요.” -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체스 이야기> 中
움직이는 검은 말과 흰 말, 숨죽이고 말판을 지켜보는 침묵 속의 고군분투, 그리고 머릿속으로 온갖 수를 계산하는 두 사람, 불꽃 튀는 체스 세계 챔피언십 경기. 뮤지컬 <체스>는 우리를 순식간에 냉전시대의 체스판 위로 옮겨놓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이념 대결이 한창이던 그 시대, 방콕에서는 체스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미국 챔피언 프레디와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는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쟁의 상황과 맞물려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그 체스 매치에서, 두 선수의 대결은 단순한 두뇌싸움이 아닙니다.
과도한 언론의 취재열기 속에서, 그들의 대결은 양국의 감정 대결로 번지게 된 것입니다. 프레디와 아나톨리의 희대의 대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은 이들을 거대한 시대의 체스판 위의 검은말과 흰말로 만듭니다. 프레디를 오랫동안 보좌한 조수였던 아름다운 여인 플로렌스도 이들의 게임에 뛰어듭니다. 그녀는 자유분방한 프레디의 태도에 지치며 아나톨리에게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러시아의 강압적인 체제 속에서 자유가 없었던 아나톨리 역시 플로렌스를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며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결국 미국으로의 망명을 결정한 아나톨리는 플로렌스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됩니다.
그로부터 8주 후, 챔피언십 경기가 이어지는 부다페스트에서 재회한 세 남녀. 새로운 세계에서의 사랑을 꿈꾸는 아나톨리, 그를 사랑하며 프레디 곁을 떠난 플로렌스, 복수심으로 아나톨리를 궁지로 몰아가는 승부사 프레디. 그들 앞에는 정치적 간계와 이념싸움으로 변질된 새로운 게임 -배신과 야망의 체스판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들은 일생을 건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수를 두게 될까요.
이 작품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요셉 어메이징>의 작사가 팀 라이스와 슈퍼밴드 아바(ABBA)의 비요른 울바에우스, 베니 앤더슨의 음악이 만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냉전 체제의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체스에 은유하는 매력적인 기법으로 쓰인 대본에 오페라부터 락을 넘나드는 아바의 넘버들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1986년 영국에서 초연 된 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공연되어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아나톨리 역에는 아이돌 출신으로 다양한 뮤지컬 무대에서 사랑받아온 조권과 Key,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신우(B1A4)와 켄(빅스)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4명의 배우가 가진 서로 다른 색깔이 ‘아나톨리’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서로 다른 매력으로 소화해냅니다. 거만하고 천재적인 승부사인 프레디 역에는 베테랑 배우로 우뚝 서있는 신성우, 이건명이 캐스팅 되었습니다. 매력적인 여인 플로렌스 역은 <프랑켄슈타인>으로 더뮤지컬어워즈 신인상을 받았던 안시하와 <투란도트>의 이정화 배우가 맡았습니다. 이들과 더불어 올해 뮤지컬 <로빈훗>을 선보였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가 다시 의기투합 했습니다.
체스 챔피언들 못지않게, 우리의 삶도 늘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점점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로 나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길과 그 선택의 결과를 고려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우의 수는 때로 몇 개에서 수 십 가지에 이릅니다. 때로는 치열한 고민을 통해, 때로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각자의 말을 옮기는 우리들에게 뮤지컬 <체스>는 체스라는 매력적인 게임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INFO
일시 : 2015년 6월 19일(금) ~ 7월 19일(주일) 평일 4시, 8시 / 주말 및 공휴일 3시, 7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 왕용범 음악감독 : 이성준 안무 : 서병구 출연 : 조권, Key, 신우, 켄(빅스), 신성우, 이건명, 안시하, 이정화, 김장섭, 김법래, 김금나, 박선우, 박선효, 홍경수 티켓 : VIP석 13만원 / R석 11만원 / S석 9만원 / A석 7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