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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6-05-14 (목) 08:19 조회 : 188
천천히 걷는 연습



한비야 씨가 네덜란드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중앙books’).



주민이 4,0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드넓은 목초지와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레인더 숲 그리고 독일, 프랑스, 벨기에로 이어지는 교통의 편리함 덕분에 집 근처에 여섯 개의 말 훈련소가 있었습니다. 훈련장마다 20-30마리의 말들이 훈련받고 있었는데 훈련 과정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훈련소 카페의 3단 아이스크림의 매력에 빠져 자주 오가다 보니 훈련소 관계자들과 친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가까워진 5년 차 조련사 아냐에게서 들은 퇴역 경주마의 훈련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3개월째 퇴역 경주마를 일반 승마용으로 전환하는 전환훈련 중인데, 지금까지 해 본 일 중 제일 까다롭고 힘들어요.”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요? 그냥 천천히만 걸으면 될 텐데 왜 훈련까지 필요해요?”

“하하!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그런데 경주마는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운 적이 없거든요. 경주마는 눈가리개를 쓰고 앞만 보고 달리도록 훈련받아서 천천히 걷거나 주변을 살펴본 적이 없어요. 또, 옆에 다른 말이 있으면 무조건 앞서려하고 장애물 앞에서는 크게 당황하죠. 게다가 다리는 전력 질주용 근육으로 길러져서 느릿한 동작 자체가 어려워요.”

“훈련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

“간혹 승마학교 교육용이나 종마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폐기되어요. 안락사나 도축된다는 뜻이죠. 지금 훈련 중인 이 말도 승마용이 될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전환훈련’에서 가장 어려운 건 ‘훈련된’ 성격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긴장하며 살아왔기에 출발 신호와 비슷한 높은 소리나 자극에 민감하고, 쉽게 흥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훈련되어 몸에 배어버린 예민한 성향을 차분하고 안정된 승마용으로 바꾸는 일은 쉬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경쟁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나도 모르게 갖게 된 훈련된 ‘성격’과 훈련된 ‘근육’은 어떤 것들일까요? 나는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에게 어떤 훈련된 ‘성격’과 훈련된 ‘근육’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일까요? 나는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을 줄 아는 사람인가요? 나는 나의 자녀에게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걷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나요? 그런 삶을 나의 삶으로 보여주었을까요?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남들보다 더 빨리 달리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는 빨리 달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단지 목표에 이르려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은혜를 누리고, 주위를 돌아보며, 사람들과 함께하고 또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섬기고, 성과와 업적에 목을 매지 않고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경주마와 같은 삶을 요구받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날마다의 ‘영적전환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퇴한 후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말입니다.



“경주마는 전환훈련 중에도 틈만 나면 다시 뛰려고 해요. 그게 제일 잘하던 일이고 익숙한 일이며, 존재 이유였으니까요. 뛰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편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전환훈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훈련된 성격과 근육 때문에, 익숙해진 삶의 습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말씀과 기도를 통해 날마다 ‘영적전환의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세상이 강요하고, 죄의 쓴 뿌리가 이끄는 옛사람의 습관이 나의 훈련된 성격과 근육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경주마를 승마용으로 전환하는 훈련은 말과 조련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대일 훈련입니다. 우리들이 해야 할 전환훈련 역시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대일 훈련입니다. 그러니 잘 될 겁니다. 최고의 조련사가 우리와 함께 하시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가족과 교회를 주셨습니다. 서로를 돕고 응원하고, 함께 한다면, 이 훈련은 더 쉽고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나를 응원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샬롬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건우 목사 (좋은씨앗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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