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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6-05-08 (금) 07:36 조회 : 190
박자를 놓친 아이



살다 보면 처음부터 자기 자리를 아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잘하는지 일찍 드러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기 자리를 알아봅니다. 저는 오랫동안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성악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 때였습니다. 평소에도 가깝게 지냈던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노래 못하지 않나. 근데 웬 성악이고? 니는 안 된다.”



짧은 말이었지만 오래 남았습니다. 사실 아주 억울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제가 음악과 가까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보다 더 오래된 기억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도 차례가 되어 노래를 불렀고, 집에 돌아와 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노래와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음정도 박자도 어딘가 어긋나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 나는 음악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선생님의 말씀은 상처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너는 재능 있는 쪽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의 길은 꼭 잘하는 것만 따라 열리지는 않더군요.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심한 마음에 방을 뒤적이다가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발견했고, 아무 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처음에는 공연 실황인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따라 불렀고, 중간중간 환호 같은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런데 조금 듣다 보니 이상했습니다. 그 안에는 잘 부르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어떤 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노래할 때 생기는 분위기,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열정,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진심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몰입했고,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는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음악은 단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구나.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며, 오래 남는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나도 언젠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하고 싶다.’



돌이켜 보면 그 길은 내가 먼저 붙잡은 것 같았지만, 실은 오래전부터 내 앞에 놓여 있던 길에 가까웠습니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먼저 나를 그쪽으로 이끌어 온 보이지 않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마음은 단순한 동경이 아니라 이미 열리고 있던 길을 뒤늦게 알아본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저는 여전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길을 말렸고, 저도 여러 번 되물었습니다.



‘내가 정말 이 길에 어울리나. 괜한 고집은 아닐까?’



그런데도 이상하게 포기되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길은 내가 억지로 뚫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격려를 받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문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내가 이 길을 원한 것만이 아니라 이 길 또한 나를 향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잘하던 사람의 성장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잘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사람이, 이상하게도 그 길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가 스스로를 쉽게 단정할 때마다 마음이 쓰입니다. “나는 이걸 못한다고”, “나는 여기에 맞지 않는다고”, “나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요. 저도 그런 생각을 오래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박자를 놓치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누군가의 한마디가 그 사람의 마지막 정의가 될 필요는 없다고. “처음엔 어긋나 보였던 사람도 끝내 자기 음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처음부터 정확한 음을 내는 사람이 되는 일보다 끝내 자기 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말을 믿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한 사람에게도 길은 열릴 수 있다는 것. 잘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움직인 사람에게도 자기 자리는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그 마음보다 먼저,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흐름이 이미 그 사람 앞에 길을 내고 있었다는 것을요.



지금 박자를 놓쳤다고 해서, 당신의 노래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자기 음을 찾아가시길 응원합니다.



채윤성 대표 (올포워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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