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미로를 그리다
영화 ‘인셉션’에서 같은 공간을 무한대로 걷게 되는 일명 ‘펜로즈의 계단’과 ‘닥터 스트레인지’ 나오는 끝 없이 펼쳐지는 무한대의 공간은 에셔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은 실현 불가능한 공간을 마치 실제 존재 가능한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형태에 가졌던 확신과 고정관념을 바꿔놓습니다.
Ascending and descending 2, 1960, lithograph
세종문화회관은 7월 17일(월)부터 10월 15일(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그림의 마술사: 에셔 특별전>을 국내 최초로 선보입니다. 반복과 순화, 변형, 무한한 공간, 이율배반, 삼차원 환영의 파괴 등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130여 점을 공개했습니다.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판화가이자 드로잉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철저히 수학적으로 계산된 세밀한 선을 사용하여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느낌의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해낸 초현실주의 작가로 판화 448점과 2,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회화, 판화, 디자인, 일러스트, 수학, 건축 등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898년 네덜란드 토목 기사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919년 하를렘(Haarlem) 건축 장식학교에 입학, 그의 재능을 알아본 담당 교수의 권유로 그래픽 아트에 전념하게 됩니다. 초기엔 대부분 자연 풍경과 정물을 제작했으며, 1922년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을 여행하면서 아라베스크의 평면 분할 양식, 기하학적인 패턴에서 일생에 영향을 미친 예술적 영감을 얻습니다.
에셔는 이미지를 평면적 2차원에서 입체적 3차원으로 바꾸는 방법과 보는 사람에 따라 그림의 전경을 배경으로 또는 배경으로 전경으로 지각하도록 명도 대비를 바꾸는 방법, ‘펜로즈 삼각형’을 이용하거나 무한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하는 등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시지각과 착각, 진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올라가기와 내려가기(Ascending and Descending)’는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한 바퀴를 돌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구조로 수학자 펜로즈의 삼각형 이론으로 제작된 일명 ‘펜로즈의 계단’입니다. 중세 수도원을 그린 이 그림 속의 ‘끝없이 반복 순환되는 계단’을 통해 경건한 신앙심을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3차원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2차원적 평면으로 구현하며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는 손(Drawing hands)‘은 에셔의 대표 작품으로 뫼비우스 띠가 연상됩니다. 흰 종이 위에 펜을 든 손이 다른 손을 스케치하고 스케치 된 손 역시 스케치했던 손을 그리며 누가 그리고 있는지 누가 그려지고 있는지를 무한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물고기와 새(Sky and Water I)’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다‘는 것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검은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가 위로 올라갈수록 비늘이 없어지고 물고기의 형태가 사라지면서 어느새 하얀 하늘을 나는 새로 변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작품으로 ’도마뱀(Reptiles)‘은 퍼즐처럼 납작한 2차원 공간에서 머리부터 시작해 뭍으로 나오는 악어처럼 서서히 몸통, 꼬리까지 3차원의 실물로 변했다가 다시 평면의 공간으로 들어가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에셔는 새, 물고기, 도마뱀, 개, 나비, 사람 등 창조적인 형태의 ‘테셀레이션’(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틈이나 포개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전하게 덮는 것) 및 환영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판화임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표현과 정교함에 놀라고, 상상력을 뒷받침해주는 치밀한 계산이 돋보입니다.
INFO
일시 : 2017년 7월 17일(월) - 10월 15일(주일)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2관
티켓 : 성인 1만 3천 원, 청소년 9천 원, 어린이 7천 원
문의 : 02-399-1000
김남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