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가진 소망의 이유
2017년 11월과 12월에 묵상할 본문은 시편 제5권의 일부와 전도서입니다. 지난 호에도 말씀드렸지만, 시편은 150편의 시가 다섯 묶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41편, 43~72편, 73~89편, 90~106편, 107~150편이 각 권으로 구성이 됩니다. 이번 호의 시작은 121편인데요, 시편의 마지막 권인 제5권의 중반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편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편의 노래들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은 계속됩니다. 우리들의 노래가 150편을 넘어 계속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자리에서 불린 시편은 우리의 형편처럼 참 다양한 내용과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찬양과 경배만 아니라 탄식과 슬픔의 노래들도 참 많습니다. 사실 우리는 시편을 읽으면서 인간의 조건들 안에서 웃고 우는 인생을 읽게 됩니다. 사람을 알아가고 하나님을 알아가게 됩니다.
여러 주제들을 지나서 우리는 시편의 마지막이 ‘할렐루야’로 온통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형편없는 우리 삶의 모습 속에서 붙들 수 있는 큰 소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도서를 묵상합니다. 전도서는 ‘헛됨’에 대한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합니다. 지혜서로 분류되는 전도서는 인간의 지혜를 다해 인생을 바라본 결과를 말해줍니다.
전도자는 ‘헛되다’는 말을 마흔 번이 넘게 반복합니다. 그는 부귀영화를 누려도 보았고, 세상의 온갖 향락을 즐겨보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이 그를 허무에서 구원해 내지 못했습니다. 전도자는 말한다. “모든 것이 헛되고 무가치하며 의미가 없으니 아무것도 소중한 것이 없구나(전도서 1장 2절).”
전도자가 그나마 긍정하는 삶의 태도는 먹고 마시는 것 같은 작은 즐거움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삶의 가혹함과 죽음의 불가피함으로부터 주의를 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지혜가 삶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지혜들이 우리 삶의 자리에서 사실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허무한 인생의 판자체를 뒤집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전도자의 이런 결론으로 전도서가 끝이 났다면 아마도 성경에 정경으로 채택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도서의 마지막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이제 모든 것을 다 들었으니 결론은 이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운 마음으로 섬기고 그의 명령에 순종하라.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다(전도서 12장 13절).
선하건 악하건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은밀한 것까지 다 심판하실 것이다(전도서 12장 14절).
전도서는 전도자의 메시지(1:12-12:7)를 소개했던 또 다른 화자(frame narrator:액자화자)의 평가로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우리는 전도자를 통해 삶의 현실에 공감할 수 있지만 액자화자의 평가를 통해 현실 너머의 실제를 바라보게 됩니다.
피조물은 허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것은 피조물이 원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신 하나님의 뜻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망은 있습니다. 그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하리라는 소망입니다(로마서 8장 20-21절). -쉬운 성경
허무에 굴복하게 되는 인생에 대하여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 이해의 지점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시편의 마무리와 함께 공교롭게도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전도서를 묵상하면서 2017년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올해도 별 수 없었는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큰 그림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소망을 갖습니다.
이길승 ([사] WAFL 코디네이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