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최근에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 표현은 사건사고에 관련된 글이나 위험한 상황에 대해 하는 말로서 그 유래는 분명하지 않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사용되며 확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나 귀차니즘을 표현하는 어구로 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밖에 나가지 않고 항상 이불 안에 있어야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아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피해 집에서 숨은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잔뜩 움츠려 있는 젊은 세대들의 세상을 향한 무력한 마음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잃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이불 밖은 위험해’ 우리가 11, 12월에 만나는 시편 후반부와 전도서의 기자들 역시 이러한 어려운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이처럼 위축되어 절망하고 있을 때 나의 갈 길을 아시는 분은 주밖에 없습니다. 내 원수들이 나를 잡으려고 덫을 놓았습니다. 내 오른편을 살펴보소서. 나를 돕거나 보호하는 자도 없고 나를 보살펴 주는 자도 없습니다(시편 142편 3-4절).”
“모든 것이 헛되고 무가치하며 의미가 없으니 아무것도 소중한 것이 없구나. 사람이 평생 동안 수고하여 얻는 것이 무엇인가? 세대는 왔다가 가지만 세상은 변함이 없구나(전도서 1장 2-4절).”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하루를 살아내기가 버거울 때가 찾아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서 굳이 나가서 뭐해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편과 전도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계획과 상상을 넘어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망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러기에 그 한계를 넘어서는 하나님이 나의 주권자이심을 인정합니다. 이불 밖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세상으로 나아갈 때 그런 우리를 이미 덮고 계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의 이불이 여전히 함께하십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 포근한 하나님을 다시 누리는 11월, 12월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