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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의 기술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0-02-17 (월) 10:06 조회 : 1591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많은 작가가 여행의 이유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인생의 불예측성을 닮았다고 말합니다.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불예측성 앞에서 겸허할 수밖에 없고, 여행은 우리를 단련시키기에 유익합니다. 미국의 소설가 데이비드 실즈는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여행은 슬픈 현실로부터의 도피처가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슬퍼하는 나를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데, 여행은 대부분 매우 훌륭한 도피처가 되어줍니다. 두 이야기에도 크게 공감을 하지만 특히 내가 좋아하는 여행의 이유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말한 것입니다. “자연을 여행하는 것이 도시의 악을 씻어내는 데 필수적인 해독제이다.”

나는 도시를 미워하지도 시골을 예찬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나는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리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해서 길고양이와의 화목이 곧 천국이라고 믿습니다. 콩 한 쪽을 나눠 먹는 것, 길가에 꽃을 들여다보는 것, 거기에서 창조주를 발견하는 것이 천국을 누리는 삶이라고 믿습니다. 천국은 심령이 가난한 자의 것이라 하셨습니다.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내 것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고백이자, 하나님 없이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갈급함입니다. 그런데 도시는 시골보다 우리가 천국을 누리는 삶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작은 것을 돌아볼 여유도 주지 않고, 자꾸 인간의 힘을 의지하게 만듭니다. 솔로몬의 말처럼 하나님이 우리 몫으로 허락하신 수고를 즐거움으로 감당하는 것, 이것이 기독교인의 노동관이 되어야 할진대, 삶은 곧 투쟁이 되어버렸습니다. 워즈워스에 따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는 우리 내부의 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자연은 우리 내부의 정신을 가르치고, 고요함과 아름다움으로 감명을 주고, 또 높은 사색으로 양육하기에, 험한 말이나 경솔한 판단도, 이기적인 사람들의 조롱도, 친절한 마음이 깃들지 않은 인사도, 또한 일상생활의 온갖 황량한 교제도 우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며, 또한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축복으로 가득하다는 명량한 신념을 흩트리지도 못하리라’라고 노래했습니다. 자연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디딜 때 우리는 하나님 나라와 가까워집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소망은, 데이비드 실
즈가 이야기한 ‘달아남’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으로의 대피, 소돔과 고모라를 피하는 지혜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삶의 터전을 옮기기가 어디 쉬운가요. 게다가 손님으로 가는 것과 아주 눌러앉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여행이 필요합니다. 천국의 삶을 더욱 강렬하게, 틈틈이 엿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수많은 여행과 관련된 책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입니다. 사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또한 이 책을 통해 접했습니다. 그는 워즈워스가 말한 여행의 이유를 인용하며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이 또한 나에게는 여행을 통해 천국의 삶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러나 『여행의 기술』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마
지막 장에 있습니다. 여행의 낭만과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말하던 그는 ‘습관에 대하여’라는 챕터로 마무리를 합니다. ‘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라’는 것입니다. ‘서로 구별할 수 없는 하나의 크고 불그스름한 덩어리 같았던 동네 상점들에서 건축학적인 개성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에 다시 주목해볼 것을 요청합니다. 이것은 일상으로의 여행, 일상에서 발견하는 하나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은 하나님(히브리서 3장 4
절)’이시니, 여행을 통해 그분을 만날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그것이 ‘습관’이 되면, 우리의 삶과 우리의 일상 또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게 될 것입니다. “주께서 만드신 하늘, 그 곳에 두신 달과 별, 내가 신기한 눈으로 바라봅니다(시편 8편 3절).”

서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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