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그린 두 화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부는 바람, 풍속(風俗)을 그린 혜원 신윤복(1758-?). 우리 강산에 부는 바람, 풍경(風景)을 그린 겸재 정선(1676-1759).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화폭에 바람(風)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과연 이 두 대가는 어떻게 그렸을까요.
신윤복, 단오풍정
조선의 대표 화가 혜원 신윤복, 겸재 정선의 작품들과 미디어아트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 展이 11월 24일(금)부터 2018년 5월 24일(목)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립니다. 국보 제 135호, 신윤복 ‘혜원전신첩’과 보물지정작품인 정선 ‘해악전신첩’ 등 원작 56점과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영상을 통해 신윤복 작품 3점, 정선의 작품 3점이 보입니다. 얼마 후 어디선가 가상의 선비가 나타나 이들의 작품으로 들어갑니다. 남녀가 장기 비슷한 게임을 하는 ‘쌍륙삼매’에서 훈수를 두기도 하고, 군중들이 가무를 즐기는 ‘납량만흥’에서 춤을 추며, 마지막 정선의 작품에서 새가 되어 홀연히 사라집니다. 정적이었던 그림이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합니다. 신윤복의 작품들을 인스타그램(SNS) 포스팅 화면처럼 꾸몄습니다. 배에서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즐기고 있는 ‘주유청강’에 #한강유랑 #선상파티 #커플꽁냥이 써 있고, 냇가에서 빨래하고 멱을 감고 있는 여인들과 이를 쳐다보는 남자를 그린 ‘계변가화’에는 #빨래터 #시선교환 #썸 #넌내게반했어 등 센스 있는 해시태그가 웃음을 자아냅니다.(해시태크(#)는 온라인 상에서 중요단어 앞에 붙이는 기호를 말합니다.) ‘혜원전시첩(국보 제 135호)’은 총 30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달빛아래 남녀가 데이트 하는 ‘월하정인’과 그네 타는 여인을 담은 ‘단오풍정’을 비롯해 투호(조선판 다트)를 하는 ‘임하투호’, 취객끼리 싸움을 벌이는 ‘유관쟁웅’ 등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일상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간송미술재단 탁현규 연구원은 “신윤복의 화첩의 핵심은 300년 전 귀족들의 놀이문화와 생활상을 담았다는 것”과 “신윤복의 인기비결은 화첩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입은 한복을 자세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혜원전시첩’은 원본의 훼손을 막기 위해 전시 기간 6개월 중 한 달마다 원본을 12점씩 공개하고, 나머지 18점은 영인본(복제한)으로 교체됩니다. 특별히 ‘단오풍정’과 ‘월하정인’의 경우 격월로 전시됩니다. 이제 겸재 정선을 따라 금강산으로 떠나볼까요. 금강산의 시작을 알리는 단발령. ‘단발령망금강’은 자욱한 안개와 멀리서 바라본 금강산의 웅장함은 상상 속 유토피아처럼 신비감을 더해줍니다. 자세히 보면 단발령 끝자락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는 정선의 모습이 보입니다. 단발령을 지나 내금강으로 들어서면 ‘금강내산’의 일만이천봉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화폭에 가득 찬 봉우리들은 하늘에서 바라보는 부감법을 통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금강산을 여행하며 불정대, 만폭동, 정양사, 장안사 등 많은 절경을 그렸습니다. 멀리서 풍경을 감상했다면 이번엔 가까이 와 보세요. 정선은 작품 속에 자신과 다른 인물들을 그렸는데, 그들이 있는 위치에 따라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선의 작품은 풍경화이자, 동시에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신윤복의 화첩 속 옷차림을 재현한 이영희 한복디자이너와 정선의 ‘단발령망금강’과 ‘금강내산’을 미디어와 결합한 이이남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info
일시 | 2017년 11월 24일(금) - 2018년 5월 24일(목)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티켓 | 성인 1만 원, 학생 8천 원 문의 | 02-2153-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