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존 도우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4-02 (월) 10:52 조회 : 1973

존 도우를 찾아서

인터넷을 검색해 오늘의 날씨를 찾으려다 미세먼지, 클릭.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데 좋다는 음식, 클릭. 그 음식을 파는 쇼핑몰, 클릭. 다시 정신을 찾고 돌아와 날씨를 찾으려는데 새로 나온 드라마 기사, 클릭. 잉꼬커플로 소문났지만 결국 헤어진 배우 부부의 이혼소식, 클릭. 연이어 쏟아지는 오늘의 사건 사고, 클릭. 말도 안 되는 사건이라며 분개하다 모처럼 즐거운 소식을 보자며 올림픽 소식, 클릭. 처음에 뭘 찾아보려고 했더라, 잠시 기억하려 애쓰다 다시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기사, 클릭….

인터넷과 TV, 신문지면을 통해 매일, 매 시간, 매 분, 매 초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손에 잡히는 대로 기사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막상 찾으려던 정보로부터 한참 멀어지고 맙니다. 어떤 사건과 정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모였다, 순식간에 흩어지죠. 한참 댓글로 북적거리는 기사를 읽다보면 광고였다거나, 말도 안 되는 허황된 가짜 정보였다거나 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매체를 믿을 수 있을까요.

1930년대 대공황의 뉴욕. 신문기자 앤은 정리해고를 당해 해고를 통지받습니다. 앤은 ‘존 도우’라는 가짜 인물을 만들어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고, 기사를 싣게됩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타락한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로 크리스마스에 시청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 신문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앤은 해고를 면하지만, 엉겁결에 실재하지 않는 존 도우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전직 야구선수이자 떠돌이인 윌러비가 존 도우의 대역으로 발탁되고, 앤과 윌러비는 파트너가 되어 존 도우 연설을 준비하게 되죠.

한편, 신문사의 사장인 노튼은 ‘존 도우 신드롬’을 이용해 대통령이 되려는 음모를 꾸미고, 이들의 사기극은 점점 진짜가 되어갑니다. 존 도우가 죽기로 한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자, 앤과 윌러비는 존 도우의 결말을 선택할 기로에 놓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영화감독 프랭크 카프라의 1941년 작 <존 도우를 찾아서>의 내용입니다. 그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It Happened One Night, 1934)>, <천금을 마다한 사나이(Mr. Deeds Goes To Town, 1936)>, <우리 집의 낙원(You Can‘t Take It With You, 1938)>,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1946)> 등의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감독상 3관왕, 작품상, 골든 글로브 감독상을 거머쥔 할리우드의 거장이죠. 게리 쿠퍼가 출연한 <존 도우를 찾아서>는 1934년 대공황 이후의 뉴욕을 배경으로 ‘존 도우’라는 가상인물과 그를 둘러싼 가짜 신드롬, 언론의 왜곡과 대중의 속성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작품입니다. 이 원작이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존 도우>로 각색되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되었습니다.

기자이자 존 도우 사기극을 시작한 장본인 ‘앤’역에는 뮤지컬 <레베카>, <노트르담 드 파리>, <맘마미아>의 김금나와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뮤지컬 <서른즈음에>, <스모크>의 유주혜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존 도우 사기극의 주인공이 되는 떠돌이 ‘윌러비’역에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타이타닉>을 통해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인 정동화가 캐스팅되고, 얼터네이트(Alternate : 주로 주연 배우가 원캐스팅일 경우, 주연의 역할을 숙지하고 상황에 따라 대역을 맡거나 일정 회차를 나누어 무대에 오르는 배우)로 신예 배우 황민수가 발탁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신의정, 김선희, 이용진, 이삭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모여 ‘존 도우’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고전 명작 영화로 회자되던 원작 영화가, 나온 지 한참 뒤인 2018년에 먼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 우리와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름도 실체도 없는 존 도우는 외쳤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평범한 시민들이 바꿔왔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접하는 많은 기사와 숱한 정보들이 진실과 가까운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의 깨어있는 눈과 생각일 것입니다. 무대에 오른 존 도우, 과연 우리는 그 실체와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