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일칼럼

불안,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에덴에서 추방되어 원초적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인간은 운명처럼 불안을 덧입고 있습니다. 삶의 동반자처럼 불안과 두려움을 호흡하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불안의 보편성 혹은 실존적 불안이라 할까요?

불안의 종류로는 특정장소, 특정대상에 대한 불안, 강박증에서 오는 불안 등 유해한 불안이 있는가 하면 성장에 기폭제가 되는 건강한 불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불안의 원인으로는 심인성 불안과 환경적 불안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심인성 원인과 각 원인에 따르는 처방전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첫째, 불안은 생애 초기에 입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옵니다. 라깡의 되살리기(reviviscence) 삼단계 기법으로 생애초기 덧입었던 불안을 떨쳐 버리십시오. 첫 단계로 외상을 재현하도록 합니다. 두 번째 단계로 과거의 외상적 상황에 조금씩 친숙하게 합니다. 세 번째 단계로 반복되는 되살리기 경험을 통하여 환상 속의 인물 등과 탈 동일시 되고 그 상황과 감정에서 분리됩니다. 시골의 우물을 다시 사용하려면 우물 밑바닥의 오염된 것들을 샅샅이 긁어내야 합니다. 시골의 우물처럼 우리네 상처의 찌꺼기들을 내면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끌어내야 합니다. 오염된 우물을 그저 덮어 그 상처를 폐제발작시키면 그 안에서 썩게 됩니다. 비온이 말하는 정신적으로 소화된 알파요소가 아니라 사건들이 소화능력이 없어 경화된 상태로 머물러 있게 되는 베타요소로 남게 되어 곪아터지는 장기를 그대로 갖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되살리기(reviviscence) 삼단계 기법으로 치유시키면 상처를 떠나보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불안해 하지 않습니다.

둘째, 스트레스로부터 불안을 전이 받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문제에 대한 대처 계획서를 작성하십시오. 갈등을 인식하고 직면하십시오. 아브라함 목자와 롯의 목자가 목초지를 놓고 싸우는 상황에서 목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인식하고 계획안을 세웠던 것처럼 불안한 문제에 대한 계획을 하나하나 세우십시오.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려면 내가 모든 일에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비합리적 신념에서 자유해야 합니다. 가학적 수퍼이고, 완벽주의자 성향, 타인 일에 지나친 간섭 등 비합리적 신념에서 해방 되십시오. 스트레스 목록을 작성, 과도한 목표는 아닌지 점검하십시오.

셋째, 멜라니 클라인이 말하는 편집분열적 자리에서의 피해망상 즉 편집적 사고가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편집분열적 자리에 계속 머물게 되면 내 안의 살아있는 생명의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자 하는 마음과 불안이 싹틉니다. 내적대상이 창조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나를 옥죄어 오는 대상 관계적 그 느낌, 자신은 여기 이곳에서 필요없는 존재, 이물질처럼 느껴진다는 그 느낌은 불안을 야기시킵니다. 좋은 광천수가 곳곳에서 터져 나와야 치유됩니다.

넷째, 낮아진 자존감이 불안을 야기시킵니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정신이 병듭니다. 자녀를 자기인생의 주인 되게 키우면 성공합니다만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은 자녀에게 대물림 되며 불안도 대물림됩니다. 자녀의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엄마와 자녀가 맺고 있는 관계입니다. 엄마는 자녀의 성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무의식을 형성합니다. 엄마는 자녀에게 피난처이고 응원군이 되어주어야 자녀가 건강한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한 생명이 탄생되려면 2억:1의 경쟁을 뚫고 나가야 한답니다. 그들은 하나의 공산품이 아니라 우주의 유일한 소중한 작품입니다. 내안의 보석 찾기, 잊지 못할 칭찬 나누기, NLP이론에서 주장하는 과거의 성공경험 떠올리기 등으로 건강한 자존감 세우기 작업을 하십시오. 촉진적 환경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엄마 돼지가 출산하다 죽고 남은 아가 돼지들을 양육하고자할 때 엄마가 죽어 촉진적 환경이 안 되니 기르기 참 힘들었다 하던 친구의 어릴 적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자녀에게 최고의 촉진적 환경은 행복한 부부관계, 좋은 부부금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부요하고 안 부요하고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무의식은 인간 정신세계를 휘두르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만남의 대상과의 관계에서 위니컷이 말하는 촉진적 환경 안아주는 환경을 받지 못하여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담가가 좋은 어머니처럼 내담자를 안아주고 통합적 인격이 되도록 도우면 불안이 훨신 경감됩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페레코레이스(상호내재, 상호순환, 상호침투) 말입니다.

다섯째, 하인즈 코헛은 응집적 자기가 된다면 골밀도 높은 건강한 뼈로 세워지기에 어떤 바람이 불어도 자기로 설 수 있는 뿌리 깊은 고목나무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불안이 경감됩니다. 늘 총애의 눈빛을 보내며 반영해주는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능력자로 의지하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항상 함께 해주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을 갖고 있을 때 응집적 자기를 세워갈 수 있습니다.

여섯째, 걱정인형에게 걱정을 내어주는 위임하기(empowerment)가 필요합니다. 모세가 백성들의 송사사건을 혼자 해결해 주느라 번아웃 되었을 때, 장인 이드로는 장로들에게 나누어 위임하라 조언합니다. 이제 모세는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삼겹줄이 외겹줄보다 강합니다.

일곱째, 내가 사랑하는 인도 산스크리트어의 인사말, 나마스때(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과 당신의 삶을 존경합니다)처럼 삶을 남과의 경쟁구도로 보지 마십시오. 오히려 만나는 그 사람을 품을 때 불안이 경감됩니다. 불안한 상황과 문제를 내 삶의 강점으로 변화시킨다면, 또한 삶을 경쟁적 구도로 보지 않고 오히려 나만의 차별화된 꿈을 찾아 간다면, 불안이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을 통하여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머리를 들어 절대자를 대면할 수 있는 영적 관문이 될 수 있습니다.


엄정희 교수(서울사이버대학교 가족상담학과 교수, 연합가족상담연구소 소장,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