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의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지난 2017년 3월에는 연극으로, 12월에는 뮤지컬 <카라마조프>로 각색되어 무대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극단 피악의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1부와 2부가 각각 독립된 공연으로 만들어져 공연되었는데, 각각 3시간 30분으로 전체를 보려면 총 7시간의 러닝타임이 소요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원작의 양이 방대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함의들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에 가능한 공연이었다는 평이었습니다.
12월에 공연된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원작 소설의 주요 사건인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재판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사건을 둘러싼 각 캐릭터의 이해관계를 추적해가는 법정추리물로 원작을 각색했습니다.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방점을 둔 것입니다.
이제 세 번째 작품의 막이 올랐습니다. 바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입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인물 군상과 크고 작은 사건들, 무수한 에피소드를 담은 방대한 규모의 원작을 4명의 형제들을 중심으로 집약했습니다. 러시아 지방의 지주인 표도르 까라마조프는 평생 방탕하게 살아온 호색한입니다. 첫 번째 결혼으로 드미트리, 두 번째 결혼으로 이반과 알료샤를 얻었지만 그들을 모두 내팽개치고, 자신의 아들로 추정되는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처럼 부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아버지와 유산문제로 다투다 자기 손으로 그를 죽이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던 드미트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되고, 모스크바에서 유학중이던 이반, 견습 수도승인 알료샤, 하인 스메르쟈코프까지,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혐오가 넘치던 네 형제들은 점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2016년 배우 조재현이 이끄는 수현재컴퍼니의 작가데뷔 프로그램인 ‘통통통 시즌1’을 통해 개발되었습니다. 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경주 작가와 이진욱 작곡가, 오세혁 연출이 의기투합해 2017년 2월에 1차 쇼케이스, 10월에 2차 쇼케이스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 작품은 같은 원작을 두고 있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네 형제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죽음을 맞은 아버지와 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들의 심리를 통해 인간의 모순과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선과 악을 관통하며 원작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표도르 역에는 배우 김주호와 심재현이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방탕한 기질을 물려받았지만, 지고지순한 순정을 갖춘 첫째 아들 드미트리 역은 배우 조풍래와 김보강이, 논리와 지성을 갖춘 유학생이자 무신론자 둘째 아들 이반 역에는 배우 안재영과 강정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온유한 성품을 가진 셋째 아들로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형제간의 의심을 중재하려 애쓰지만, 결국 형제들을 의심하게 되는 알료샤 역은 배우 김지철과 김대현이 맡았습니다. 사생아 스메르쟈코프 역은 이휘종과 박준휘가 맡았는데, 이반과 함께 철학적인 담론을 나눌 정도로 지적인 면모를 가졌지만, 끝내 자신의 죽음으로 진정한 ‘악’을 실현하는 캐릭터를 충실히 소화해냅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원작을 둔 세 작품이 한 번에 올라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왜 다시 까라마조프인가? 평생을 악하게 살아온 아버지의 죽음과 그의 피를 이어받은 네 형제의 삶이 왜 이렇게 계속 회자되는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원작의 형제들은 누구는 자신의 피를 저주하지만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고, 누군가는 저주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애씁니다. 원작이 담고 있는 선과 악을 둘러싼 여러 겹의 층위가 결국 ‘왜 인간은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쏟아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info 일시 | 2018년 2월 10일(토) - 4월 15일(주일) 월, 수, 목, 금 8시 / 토 3시, 7시 / 일 2시, 6시(화 공연없음) 장소 | 수현재씨어터 러닝타임 | 100분 티켓 | 일반석 6만 원 연출 | 오세혁 출연 | 김주호, 심재현, 조풍래, 김보강, 강정우, 안재영, 김대현, 김지철, 이휘종, 박준휘 제작 | (주)수현재컴퍼니 02-744-7661 한아름 기자
![0118_뮤지컬[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이미지자료.jpg](http://iwafl.com/data/cheditor4/1803/069abd9d3a93ac823ee09db312cbddc4_20180312100621_fcabdahe.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