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5-31 (목) 14:41 조회 : 1402

세련된 풍자의 정석

“<시카고>는 계절 같은 거야.” 뮤지컬 팬들의 우스갯소리입니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2000년 초연한 이후 18년 동안 13번의 시즌을 거치며 계속 공연되었기 때문입니다. 누적 공연 횟수는 961회, 평균 객석 점유율은 85%입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토종(?) 레퍼토리인 <명성왕후>, <영웅>보다 더 낯익은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시카고>의 포스터는 지나가는 버스에서 거의 매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봄 가고 여름 오듯, 여름 가고 가을 오듯 자연스럽게 말이죠. 아마 국내에 소개된 라이센스 뮤지컬 중에서 가장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시카고>는 1975년 안무가 밥 파시에 의해 처음 무대화된 이후,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에 의해 리바이벌된 작품입니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22년 동안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어 왔는데,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미국 뮤지컬로 기록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그래미상, 올리비에 어워즈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55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전 세계 36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입니다. 재즈의 열기와 더불어 냉혈하고 소란스러운 범죄자들이 관심을 받으며 화려한 쇼의 주인공으로 나서던 시대지요. 쿡카운티 교도소에는 자극적인 살인을 저지르고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여죄수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유명한 보더빌 배우였던 벨마 켈리는 자기 몰래 바람을 피운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했지만 교도소의 간수인 마마 모튼의 도움으로 언론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유명한 죄수로 명성을 날리던 벨마 앞에는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정부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등장해, 벨마는 뒷방 늙은이마냥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심지어 록시가 언변술과 임기응변에 능한 돈을 쫓던 변호사 빌리 플린마저 빼앗아가자 벨마는 분개합니다. 혼자서는 모든 걸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벨마는 곧 록시를 설득하여 동맹을 맺으러 시도합니다. 정의는 고사하고 교양도 품위도 없는 세상, 벨마와 록시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게 될까요?

어찌 보면 내용은 참 헛헛하고 씁쓸합니다. 범죄자들을 스타로 만드는 언론과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는 특유의 풍자가 아니라면 말이죠. 이 작품은 극적인 변화나 화려한 색감의 무대를 자랑하며 보는 관객들의 입이 쩍 벌어지게 하는 여타의 대형 뮤지컬과도 다릅니다. 빅밴드가 무대의 중심에 있고, 넘버의 장르는 재즈이며 전반적인 분위기와 색채는 블랙톤으로 일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볼거리라면 늘씬한 배우들의 절제된 군무뿐입니다.

어찌 보면 밋밋하고 정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시카고>만이 가진 매력이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는 독특한 안무와 세련된 빅밴드의 연주가 극도로 정제된 위트와 풍자와 만나 이 작품만이 가진 특색을 강하게 각인시키니까요.

올 2018년에 돌아온 <시카고>는 그동안 여러 시즌에 참여해왔던 뮤지컬 계의 살아있는 전설 최정원과 남경주, 아이비, 김경선과 더불어 새로운 얼굴들이 보여 반갑습니다. 음악감독이자 배우, 연출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칼린이 벨마 켈리 역으로 처음 함께하고, 연기파 배우 안재욱이 빌리 플린 역으로, 실력파 뮤지컬 배우 김영주가 마마 모튼 역으로 출연합니다. 또한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김지우가 합류해 색다른 록시를 기대하게 합니다. 오는 6월 23일 1000회 공연을 맞는 <시카고>. 바야흐로, <시카고>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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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8년 5월 22일(화) - 8월 5일(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