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셋째 누님, 명자 누나 강의실에 이마 위에 반짝반짝 작은 광야(?)를 가지신 아주 젠틀하게 생기신 교수님이 들어옵니다. 구약신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인데, 열변을 토하며 ‘하나님의 언약’에 대해 가르치다, 인자한 미소와 유머를 섞어 딸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합니다. 또 ‘제사장 나라’에 대해 강조하다가 흐뭇한 표정으로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남학생들에게 아내 말을 잘 들을 것을 권합니다.
<명자 누나 / 이한영 지음 / 두란노>
잠깐씩 들려주는 교수님의 삶 이야기에 신학생들은 웃기도 하고 박수도 치고 이따금 “아멘!”도 외칩니다. 이 교수님은 오늘 소개할 책 <명자 누나>의 저자 이한영 교수입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브라질에서 자랐고 브라질리아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습니다. 뉴욕암센터 유전면역학과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암과 씨름하던 명자 누나의 고통을 통해 복음에 대한 소명을 확인하게 됩니다. 미국 비블리컬신학교에서 공부 후, 남아공 노스웨스트대학 포체프스트롬 캠퍼스 ‘역사비평에서 내러티브까지의 인식론적 해석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에서 오경해석학과 구약신학을, 최근에는 구약설교학과 구약윤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 소개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암과 씨름하던 그의 셋째 누님 명자 누나의 고통과 고난으로 의사가 되는 길을 접고 신학의 길을 택했습니다. 명자 누나와 어떤 고통을 함께 나누었길래 그의 삶이 이렇게 송두리째 바뀌었을까요? 책 <명자 누나>는 저자의 셋째 누님 ‘명자 누나’를 모티브로 고난을 이야기합니다. 명자 누나는 암으로 27년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 가운데서도 고난을 뛰어넘어 타인에 대한 공감과 봉사로 한 평생을 살아냅니다.
특별히 오랫동안 기다려온 임신 중에 알게 된 암은 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책을 읽는 이의 마음도 이리 아픈데 가족들은 오죽했을까요? 하지만 오랜 병상에서하는 명자 누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오히려 ‘고난’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됩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명자 누나는 27년간의 기나긴 암투병을 마치고 지금은 천국에서 안식하고 있다. 누나는 생전에 자신의 불행과 아픔을 원망하기보다는 이웃의 고난에 공감하는 존엄한 근거로 삼았다. 언젠가 누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영아, 나는 내려가려야 더 내려갈 데가 없는 것 같아…. 솔직히 나는 내가 에쁘고, 똑똑하고, 잘난 줄 알았는데 이게 뭐니? 대변 주머니, 소변주머니를 차고 있으니…. 이제 나는 마음 다 비웠어….” 명자 누나는 그 비운 마음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새겼고, 이웃의 고난을 향한 공감으로 가득 채웠다. 고난은 모든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명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난의 본 모습을 알기도 전에 멀리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고난은 변장한 축복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고난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하나님의 비밀 병기입니다. 저자는 책 <명자 누나>에서 명자 누나의 고난을 통해 메시아의 고난과 우리 모두가 직면하는 고난을 연결시킵니다. 또한 메시아의 대속적 고난이 하나님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고난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것을 ‘구속적 공감’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는데, 메시아 되신 그리스도께서는 가족보다 더 깊은 공감으로 우리의 고난에 참여하시기에 우리는 그분 안에서 어떤 고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책 제목이 ‘명자 누나’인데 저자는 명자 누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시작을 1910년 한일강제합병이 이루어졌던 해에 태어난 할머니의 이야기부터 출발해 지금 저자의 딸 이야기까지 담아냅니다. 역사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주말 가족드라마를 엿보는 것 같기도 하고, 성경인물들이 등장하니 또 설교를 듣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그래, 하나님도 내 고난에 함께 참여하고 계신다!’고 느낄 즈음에 책은 어느덧 마지막을 향하고 있습니다. 고난 중에 있습니까? 절망 중에 있습니까? 책 <명자 누나>를 통해 소망으로 옮겨 가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