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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천리
蘭香千里
‘난향천리(蘭香千里)’는 “난초의 향기는 천 리를 간다”라는 뜻으로, 훌륭한 사람의 인품이나 고결한 덕망은 널리 퍼져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향을 준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문구로는 난향천리(蘭香千里), 묵향만년(墨香萬年) “난초의 향기는 천 리를 가고, 먹의 향기는 만 년을 간다.” 덕망이 높은 사람의 향기는 멀리 가고, 그가 남긴 훌륭한 글과 학문의 깊이는 영원히 남는다는 뜻입니다.
느닷없는 고결한 덕망 이야기와 사자성어에 많이 놀라셨죠? 난향천리(蘭香千里), 사자성어가 전시 제목인 예술의 전당 근현대서화 소장품 특별전을 소개합니다.
전시 <난초의 향기는 바람을 타고 천 리를 가네>는 예술의전당이 소장한 근현대 서화 작품 20여 점을 중심으로, 조선 말 문인화에서 현대 한국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한자리에 펼쳐 보여줍니다
‘선비의 수양’이었던 전통 사군자가 ‘예술가의 독창성’을 담은 현대 미술로 변화해 온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시의 제목은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난향천리(蘭香千里)’, 즉 ‘난초의 향기가 천 리를 간다.’ 선비의 꼿꼿한 지조를 상징하는 난초 그림이 일제강점기와 해방이라는 격동의 세월을 거쳐, 현대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조형 작품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서사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매난국죽(梅蘭菊竹)으로 대표되는 사군자는 선비들이 붓으로 수양을 표현하던 방식이었습니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에서는 조선 말 서화가들의 정신을 담은 문인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석파 이하응(흥선대원군)이 그린 묵란은 ‘석파란’이라는 독자적인 화풍으로 정착하며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전시는 이하응의 <묵란 선면(墨蘭 扇面)>을 시작으로, 조선의 마지막 궁중 화가 심전 안중식의 <기명절지 대련(器皿折枝 對聯)> 등 조선 후기 화가들의 다양한 사군자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각양각색 사군자를 보면 그린 사람들의 마음과 그 화가의 심성도 보이는 듯합니다.
위창 오세창의 <근역서화사(槿域書畵史)>를 중심으로 화가들의 계보가 정리되어 있고, 문인들이 필묵으로 그려온 사군자와 문인화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붓으로 서로 교류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안중식, 조석진 등 근대 화단의 거장들이 함께 그린 <합작도 칠가묵묘(合作圖 七家墨妙)>는 혼란의 시대에도 예술로 연대했던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광복 이후 현대 미술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고암 이응노, 운보 김기창 등 전통 필법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조형 세계를 개척하며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 온 작가들의 작품을 조망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의전당 개관을 기념하여 제작된 작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남정 박노수가 그린 <절진(絶塵)>과 오페라극장의 무대막 이미지로 사용되었던 산정 서세옥의 <군무(群舞)>의 원작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이번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선조들의 훌륭한 인품과 고결한 덕망을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매일 두 차례 작품 해설을 진행하고 있고, 관람객이 함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합작도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서예박물관 3전시실은 재사용 가능한 종이 벽체를 활용해 공간을 조성해 놓았으니 꼭 방문하셔서 색다른 공간이 주는 즐거움과 난초 작품이 주는 향기로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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