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이 예언의 앞과 뒷얘기가 밝히 드러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마침 곁에 앉은 수학자에게 이러한 일이 선포되고 수백 년 후에 구체적으로 성취될 확률을 물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이었기에 수학적 풀이를 위해 이사야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의 대답은 단순하고 명료했습니다. 확률을 표시하는 수의 끝은 영, 즉 제로인데… 실제 그 일이 수백 년 후에 이뤄졌으니 수로 표시하기보다는 기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답니다. 그 결과를 알고 굳이 수로 이뤄진 기적을 표현하자면 마이너스 확률? 그 수학 교수의 대답을 들은 후 믿음 적은 저에게 이 숫자가 마음 판에 돌처럼 새겨졌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의 기준이 흔들릴 때면 ‘마이너스 확률’을 잊고 이리저리 내 생각대로 기웃거리는 나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메시아에 대한 예언뿐 아니라 세상에 흔들리는 저와 같은 이들을 향해 이사야는 같은 장에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 길 잃은 양처럼 제각기 잘못된 길로 갔으나” 그런데 곧 다음 구절에 그 해결 방안이 나옵니다.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든 사람의 죄를 그에게 담당시키셨다.”
내 생각이 그치고 숨이 막히는 구절입니다.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사진 실습을 굳이 불편한 필름 카메라로 시작합니다. 이유는 제자들에게 기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디지털카메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편하지만, 알아야 할 기능이 많기에 기준을 잡기가 어렵고 복잡해집니다. 디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필름입니다. 그래서 전자필름에 대한 부분을 빼면 사진기의 작동은 간단해집니다. 그게 바로 필름카메라이고, 거기에 자동기능도 빼내면 그만큼 쉽고 간단해집니다. 그렇게 수동 필름 사진기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기준이 세워지면 그 기초 위에 조금씩 디카의 필수기능을 추가해갑니다. 그러면 논리적 이해가 쌓이게 됩니다. 배우는 분들에게 사진기의 기준을 만들어 줍니다.
기준이 세워지면 어려운 경우를 만날 때 알고 있는 기초로 돌아가 스스로 방향을 잡아 길을 잃지 않고 다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실수의 ‘확률 제로’인 기준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온통 코로나19로 꽉 찬 2020년 한 해를 지내고 보니 매일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의 숫자에 민감합니다. 2021년을 맞으면서도 걱정이 앞서 내 보기에 좋은 길로 가려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 기준이 아니라 제로 확률을 넘어서는 마이너스 확률, 주님의 말씀으로 새해 새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함철훈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