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신을 꿈꾼 남자, 인간을 동경한 괴물

‘인간의 어리석음’은 종종 비극의 소재가 됩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모든 비극의 소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로, 뮤지컬로도 잘 알려진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박사를 떠올려보자면, 그는 자신이 믿는 과학적 신념을 맹신하여 인간의 영혼에서 선과 악을 분리하기 위한 위험한 실험을 감행합니다. 그러다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하이드라는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을 불러내고 말지요. 결국 지킬은 자신의 내부에서 튀어나온 악에 잠식당하고 맙니다.

또 한명, 과학의 힘을 빌어 신이 되려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흔히 괴물의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으로 오인하지만, 사실 그것은 괴물을 창조한 박사의 이름입니다). 빅터는 죽음을 뛰어넘는 생명 창조 실험에 매진하다 가장 아끼는 벗이자 조력자인 앙리와 우정을 나눕니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앙리가 죽음을 맞자 빅터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그를 되살려내기 위해 연구에 골몰 합니다. 드디어 앙리가 깨어나는가 싶었지만 그것은 예상과는 다르게 흉측한 피조물입니다. 피조물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끔찍하게 여기고 해하려는 창조자 빅터를 피해 도망치게 됩니다.

아무도 춥고 각박한 세상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기에 피조물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괴력으로 서커스단에서 이용당하며 학대받던 피조물은 인간들의 차가움과 잔혹함에 점점 괴물이 되어갑니다. 급기야 분노와 복수심에 사로잡힌 괴물은 자신을 창조한 빅터를 찾아가는데…. 신이 되려 했던 인간 빅터와, 인간을 동경했지만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 그 애증의 복수는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은, 2014년 초연 당시 98%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 뮤지컬’에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대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일본의 대형 제작사인 ‘토호 프로덕션’과 라이선스를 체결해 2017년에는 일본에서 공연되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많이 있었지만,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만의 강점은 강렬한 음악과 더불어 극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막에서 점잖고 고고한 귀족 가의 사람들이었던 인물들은 2막에서는 탐욕스러운 서커스 단원들로 분합니다. 즉, 같은 배우가 양극단에 선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연기하게 한 것이지요. 빅터를 둘러싼 품위있던 인물들은 2막에서는 다양한 밑바닥 인생의 군상으로 표현됨으로써 피조물을 점점 괴물로 만든다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들어냅니다.

철학, 과학, 의학을 모두 아우르는 지식을 갖춘 천재로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강한 집념을 지닌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배우 류정한, 전동석, 민우혁이, 강한 소신을 가진 군인으로 전장에서 빅터를 만난 후 그의 연구에 매료되어 조력자로 나서는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으로는 배우 박은태, 한지상, 카이, 박민성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읍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가 특색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시사점도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파국으로 이어지는 불변의 공식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018년의 대한민국, 사회와 이웃, 개인의 삶 속에서도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단지 만들어지는 괴물의 형태가 다를 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고뇌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info

일시 | 2018년 6월 20일(수) - 8월 26일(주일)
          화, 목, 금 8시 / 수 3시, 8시 / 토, 주일, 공휴일 2시, 7시
장소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러닝타임 | 180분(인터미션 포함)
관람연령 | 만 13세 이상
티켓 | VIP석 14만 원 / R석 12만 원 / S석 9만 원/ A석 6만 원
제작 | (주)뉴텐츠컴퍼니
문의 | 인터파크 1544-1555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