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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닮은 부자의 2인전
아버지와 아들, 미술과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입장과 장르에 속한 화자들이 미술관이라는 한 공간에서 만나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세대와 매체가 다른 서로의 작업을 한 데 모아 전시회에 등장한 것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망해 온 작가 주재환과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하며 영화로 많이 알려진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 부자의 2인전입니다.
많은 사람이 잘 알려진 예술가 부자의 전시를 기다렸습니다. 두 사람은 분야가 다르기도 하고 같이 작업을 할 일이 없었지만, 어느새 나이가 들어 흔적을 남기고 싶어진 아버지와 예술가로서 교감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하는 아들이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 중인 두 작가의 작품세계가 교차하는 방식을 통해 이들이 공유하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세대를 거쳐 어떻게 진화하고 다르게 발현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40살입니다. 그러나 작품에서 세대 간 차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팝아트 키치 작품이 아들의 진중한 캐릭터 작화보다 더 독특하고 발랄하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특히 입장하며 마주하게 되는 두 사람의 캐릭터부터 재밌습니다. 아버지 작가는 아들 얼굴에 장난감 안경과 아이스크림 모형을 붙여 개구쟁이로 묘사를 했고, 아들은 단순한 선 몇 개로 꼬장꼬장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아버지의 상을 담아내며 관객들을 환영합니다.
전시장은 두 작가의 예인적 기질을 보여주는 회화, 설치작품, 영상, 웹툰 등 130여 점을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두 작가의 이야기 전달 방식의 공통분모로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을 상정하고, 각자의 개성과 매체적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이야기 방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주재환 작가의 작품에서 텍스트는 시적 메타포를 지니며 작품이 함축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을 촉발합니다. 비평가 김광우가 “주재환은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시인이다”라고 표현했듯,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적인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반면 주호민 작가의 작품에서는 말풍선 속 대사로 구성되어 독자에게 영화적 상상력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두 작가를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사회와의 관계성까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시공간에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전시장에 울리는 호랑이 소리입니다. 주재환 작가는 1960년대 파출소에서 야경꾼으로 근무하던 창경궁 동물원을 밤12시부터 4시까지 몽둥이를 치며 순찰했습니다. 그때 들었던 어둠 속도심의 적막을 깨는 호랑이 소리를 재현한 것입니다. 관객들에게도 잊고 있던 낯선 감각을 깨워주고자 마련된 장치입니다.
소비의 잔류물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검은 비닐봉지’조차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으로 변형시킨 작품들을 보며 창조자의 권위를 되뇌어 봅니다. 이번 전시가 주재환, 주호민 부자의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가 사는 지금의 공간과 그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고 또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어가길 기대합니다.
권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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