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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겐 왕이 있으므로
정착한 가나안에서 이스라엘은 점점 이방 문화에 물들게 되었고,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일들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범죄하며 불순종하는 이스라엘을 향해 하나님은 이방 민족으로 인한 패배를 경험하게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이스라엘은 다시 회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이때 하나님은 사사를 보내어 백성들을 구원하십니다. 어찌보면 있을 수 있는 상황이고, 아쉬운 대로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반복’에 있습니다. 사사기에 이름이 등장하는 사사만 12명입니다. 사사 한 사람이 짧게는 7년에서 길게는 40년까지 다스린 것을 보면 사사의 통치기도 만만치 않게 긴 세월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반복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스라엘의 범죄의 상태가 더욱 깊어져 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사기의 사이클을 “나선형 하강(Downward Spiral)”의 구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복되면서 점점 더 악화된다는 의미입니다.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어떤 영화의 대사처럼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심정을 더욱 힘들게 하면서 점점 낯이 두꺼워져 갔던 것입니다. 사사기의 반복 패턴은 ‘악행(우상숭배) - 압제자(심판) - 탄원(예배) - 구원(사사)’으로 정리됩니다. 우리 인생의 사이클은 어떤가요? 만약 하나님의 은혜와 인내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18년을 마무리하는 남은 두 달의 본문은 사사기입니다. ‘사사’는 ‘재판한다’, ‘다스린다’, ‘구원한다’는 의미의 히브리어 ‘쇼페트(shophet)’를 번역한 말입니다. 신정과 왕정 사이의 그 어디쯤, 인간 왕이 세워지기 이전의 이스라엘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니 표현이 좀 낯섭니다. 우리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사회일 뿐 아니라, 우리에겐 없는 개념이니까요.
구약의 순서를 보면 사사기는 여호수아에 이어지는 책입니다. 여호수아 시대는 가나안 정복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됩니다. 정복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 다 된 것 같은데, 이제 이스라엘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사사기를 보면 이야기가 그렇게 완만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왕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습니다(사사기 17장 6절, 21장 25절).”
문제의 ‘반복’이 계속된 이유로 사사기는 왕의 필요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사기는 한 선한 왕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사기는 다윗 왕의 시대를 예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듯, 다윗왕은 예수 그리스도를 예견합니다. 어둡게 반복되어온 죄악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인자하심의 역사는 이렇게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왕이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 때에 사람들에게 왕이 없었기 때문에”라는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사사기를 함께 읽으면서 점점 나아지는 우리의 삶을 기대해 봅니다. 사사기의 흐름과는 다른 “나선형 상승구조(Upward Spiral)”의 삶으로 하루하루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소망해 봅니다. 그것은 평화를 누리며 완만하게 흘러가는 인생이 아니라, 악과 싸우면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푯대로 삼아 분투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2018년의 마지막 두 달, 여러분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이길승 ([사]WAFL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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