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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자연 애호가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분명 완성된 건물인데 건물 중간에 크기가 다른 구멍들이 뻥뻥 뚫려있습니다. 창을 이렇게 무턱대고 내지는 않았을텐데…. 가까이 가보니 그 창 같은 구멍 사이로 초록을 머금은 나뭇가지들이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상할까 돌에 닿는 부분마다 세심하게 싸맸습니다.
나무를 살린 건축물, 자연을 품은 건축물, 아니 어쩌면 자연이 품은 건축물이 더 맞겠네요. 이 건축물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블루메미술관>입니다. 소개해드릴 <Calling Nature Lovers> 전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시<Calling Nature Lovers>은 <블루메미술관>이 개관 10주년 안식년을 가진 후 새로운 미션을 제시하는 전시로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그룹 베리띵즈와 함께 현대 도시인들이 자연과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영상 설치, 회화, 조각, 사진, 사운드, 북큐레이션 작품 아홉 점과 더불어 전시장과 자연 공간을 오가는 동선 안에서 5월부터 11월까지 사계절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정원이 자연을 향한 하나의 창이 될 수 있음을 말해온 <블루메미술관>이 지평을 넓혀 동시대 사람과 자연의 모습을 살피며 읽어낸 것은 우리는 여전히 자연과 연결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환경 운동가나 전문 조경인, 자연을 연구하는 탐험가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일상의 단위에서 자연을 즐기는 형태가 삶의 방식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 애호가?! 자연 애호가라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들어선 전시에서는 변화하는 계절마다 예쁜 꽃 사진을 찍는 엄마가, 산 정상에서 산과 하늘이 맞닿는 그곳에서 산을 온몸으로 느끼는 아빠가, 탁 트인 루프탑 카페에서 하늘 보기를 좋아하는 내가 바로 자연 애호가였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이 전시가 더욱 흥미롭습니다.
전시<Calling Nature Lovers>는 이처럼 오늘날 자연과 작은 접점을 만들며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각 프레임에 이미지의 형태로 자연을 수집, 소유, 활용, 소통하는 손안의 카메라 속 자연들을 모두 모아 보면 ‘세상에 없던 식물원’을 만들 수 있음을 베리띵즈는 영상 설치 작품을 통해 보여주며, 노키아 에스에스디의 사운드 디자인 오브제는 자연 안에서 풍경을 눈으로 보기보다 귀로 듣는, 진동과 파동으로 자연과의 만남을 즐기는 이들의 삶의 한 장면을 담아냅니다. 그래서일까요? 전시<Calling Nature Lovers>에서는 모든 공간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식물을 보면 그 이름을 먼저 묻는 이들이 디지털 공간에 자연을 관찰, 기록하고 실시간으로 자연에 대한 호기심에 서로 답하는 ‘모야모’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사진들은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색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자연 애호가들의 서재’라고 불리는 공간에서는 책 속에서 자연을 더 깊고 진하게 만나는 이들의 과학서적, 에세이, 감각적인 잡지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또 다른 자연 속을 산책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의 자연 공간에서는 음악이 흐릅니다. 미니멀에서 엠비언트 음악까지 일상 소리 풍경의 하나로 존재하는 배경 같은 음악들인데, 풍경에 음악이 겹쳐지며 자연은 서로 다른 마음의 장면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눈과 귀와 마음을 빼앗긴 채 넋 놓고 관람하게 되는 전시<Calling Nature Lovers>는 어쩌면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너도 자연 애호가잖아, 어떤 방법이든 좋아! 나와 함께하자!”
이기선 기자
INFO
일시 | 2023년 5월 16일(토) - 11월 26일(주일)
장소 | 블루메미술관
티켓 | 성인 1만 3천 원, 단체/장애인 1만 원, 어린이, 청소년 8천 원
문의 | 031-944-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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