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이웃’이라는 주제에 ‘미치광’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흥미로운 전시가 열렸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 중 한 명인 다니엘 리히터의 국내 첫 개인전입니다.
전시 제목이 <나의 미치광이웃>입니다. 영어로 ‘My Lunatic Neighbar’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웃(Neighbor)의 철자를 일부러 바꾼 전시 제목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여줍니다. 말이나 글로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사회 이슈, 감정 등을 냉소와 유머의 언어로 드러낸 것입니다.
작가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본격적으로 예술대학교에 들어가 미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작가에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사건은 삶을 돌아보는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발생했던 사회적 불안과 갈등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삶의 공포와 불안, 우울에 대한 이미지를 때로는 추상적 이미지로, 때로는 구상적 이미지로 서사를 나타내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견고했던 사회 정치 구조가 균열하는 지점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능력이 있는 작가는 20세기 초반 독일 미술계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많은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 세계를 펼쳐왔습니다. 일종의 현대 역사화로 볼만큼 굵직한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며 열린 구조로 작품을 그려나갔습니다.
과연 다니엘 리히터가 <나의 미치광이웃>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우리삶을 둘러싼 환경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우리 내면의 공포와 불안의 광기를 나타내 보임으로써, 우리 내면과 외면의 광기를 가진 미치광이 이웃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고, 타자가 될 수도 있고, 사회나 정부가 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우리의 미치광이 이웃이 공포와 불안만 주는 이웃일지, 엉망진창인 광기 속에서도 삶을 역동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이웃일지는 보는 이에게 달린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혼돈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과 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권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