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은 세를 내고 빌려 쓰는 방을 말합니다. 사전에 ‘세 들다’를 찾아보니,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고 남의 물건이나 건물 따위를 빌려 쓰는 일을 이르는 ‘세’와 “돈을 내고 셋집을 얻어 살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들다’가 각각 합쳐진 말이라고 합니다.
소개해 드릴 책 『사색이 세든 방』은 목회하는 시인 이양수의 시집입니다. 제목이 참 철학적입니다. 사색이 세든 방. 사색이 세를 내고 방을 빌려 쓰고 있나 봅니다.
이양수 시인은 완도의 작은 섬 소안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그의 곁에 있던 섬과 바다는 그의 감성을 자극하고 자라나게 해 주었죠. 고교 졸업 후 구두 공장에서 일하다 폐결핵에 걸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요양했습니다. 후에 광주교도소에서 교도관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숭실대 철학과에서 수학했습니다. 이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예배설교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목회자입니다.
시인 목회자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요? 세상은 그에게 어떤 말을 걸어올까요? 어떤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오롯이 그 시인의 인생에 함께 물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 시집을 천천히 읽다 보니 어느새 그가 앉아있는 곳에 함께 앉아있게 됩니다. 그가 세든 그 방에 함께 세 들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세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니라 고요하게 창에 비친 달빛이나 별빛을 함께 바라보는 룸메이트가 된 연대감이 생기고 맙니다. 잠시 그의 시를 감상해볼까요?
나의 사색도 머무를 곳이
필요한가 보다
사색도 머무를 공간이 있어야
집을 짓나 보다
사유가 사물에 머무를 때
공간이 만들어지나 보다
(중략)
별빛과 달빛이
내 방에 세를 내듯
사색이 오늘 밤에도
세 든 내 영혼에 사락사락 찾아든다
- 사색이 세든 방 中
베드로야
(중략)
나의 고난의 십자가
골고다 언덕으로 달려오렴
먼발치에 서서 십자가 보이거든
부활의 동산으로도 달려오렴
오늘의 너의 통곡 소리가
내일의 너의 담대함이 되도록
난
십자가 위에서 기도하련다
(중략)
넌
고통 중에 부르짖는 나의 기도의
한 부분이 되어도 좋다
- 슬픔도 약이 된다 中
그의 시집<사색이 세든 방>을 추천하는 추천자마다 위로와 용기를 말합니다. 참 이상하죠. 고요하게 사색하는데 그 안에 광활한 힘과 용기, 위로가 있다니. 싱그러운 봄, 마음으로 읽는 시집 한 권 어떠세요?
이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