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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백 년의 지혜』를 읽으며
제가 기독교를 온전히 선택하게 된 계기는 서울여대 故 고황경 총장의 짧은 간증 때문이었습니다. 바라는 대학에 합격시켜 주시면 교회학교 교사가 되겠다는 서원 기도로 인해 열아홉 살에 교회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어 달 지난 후 전국 교회학교 교사 여름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외적으로는 교회학교 교사였지만 내면은 엄청나게 방황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그때 서울여대 고황경 총장의 짧은 간증이 제 마음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1957년, 고황경 총장은 쥬네브회의 참석을 위해 김포국제공항에 갔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로 인해 비행기가 뜨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 날도 비행기는 뜨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 공항으로 향한 날, 여전히 비는 쏟아졌습니다. 이날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쥬네브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비행기가 뜬다고 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높이 올라가니 구름 아래는 장대비가 그토록 쏟아지는데 구름 위 높은 하늘에는 기막히게 평온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선생님, 믿음의 세계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여 나의 모든 역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마음은 평온하여 심중 천국을 누린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짧은 간증은 열아홉 살 새내기 교사의 마음에 딱 꽂혀 50여 년을 지나는 동안 신앙의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내 삶의 입문편 멘토, 고황경 총장을 만나 생명의 길 진리의 길에 들어섰긴 했지만, 나의 삶은 실수투성이였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고뇌하던 중 김형석 교수의 책들은 내게 실천편의 멘토가 되었습니다.
김형석 교수와의 만남은 딱 두 번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한 번 오셨고, 또 한번은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 수지향(수요일에 만나는 지혜로운 향연) 모임에 오셨을 때 뵌 적이 있습니다. 두 번밖에 뵌 적이 없지만, 그의 책과 글은 지속해서 정신적 맨토가 되고, 내 삶의 실천편 멘토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 『백 년의 지혜』도 제가 북마스터로 섬기고 있는 독서 모임의 7월 선정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백 년의 지혜』를 통하여 나이 들어도 풍요로운 인생을 영위하는 비결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배우자도 친구들도 다 떠난 후 노년기의 고독을 이기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첫째로 저자는 일에서 오는 위로와 보람이 고독한 심정과 시간의 공간을 채워 주었다고 말합니다. 일이 건강을 유지하게 했고 정신력이 신체 건강도 지탱해 주었다고 합니다.
둘째로 인생 끝날까지 공부하라고 권면합니다. 공부하고 있으면 사고가 굳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있으면 일상이 늘 새롭게 느껴집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공부하고 있는 인생은 늘 기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도 공부하고 있으면 실존적 고독이 사라지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사랑의 대상을 찾고 만들라고 권면합니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한 사람은 행복자입니다. 친구도 좋고, 후배도 좋고, 제자도 좋고, 멘티여도 좋습니다. 아름다운 늙음을 위해서는 욕심, 다시 말하면 소유욕을 버려야 합니다. 지혜로운 늙은이는 그 욕망의 대상을 후배들에게 돌립니다. 후배와 제자들을 칭찬해 주며 키워주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넷째로 꿈을 잃지 말라고 제안합니다. S대학의 J교수는 꿈꾸는 방법은 독서, 일기, 대화, 여행, 봉사, 사랑해 보는 것이라 합니다. 꿈을 가진 삶은 힘들어도 아름답습니다. 인생은 꿈의 크기입니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어항에서는 7-8센티미터 자라지만 연못에선 50센티미터, 민물에 방류하면 120센티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별을 가슴에 품고 있는 인생과 그렇지 못한 인생과는 천양지판입니다.
『백 년의 지혜』를 통하여 깊은 지혜를 맛볼 수 있음은 저자의 삶에 불어닥친 역경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월남하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참으로 위험한 사경을 넘는 경험이 저자의 사고와 인품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넓어지게 한 것 같습니다. 궁궐에서의 화려한 삶은 자기를 잃어버린 삶이었고, 18년간 강진 유배 생활은 자신을 찾은 삶이라며 ‘사어안락 생어우환(死於安樂 生於憂患)’이라고 말하는 다산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다산 정약용의 고백처럼 김형석 교수, 그의 역경이 이렇듯 깊고 높은 사유의 언덕으로, 통찰의 언덕으로 그를 몰아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자갈이 없다면 시냇물은 노래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인생은 자기가 해석한 만큼만 살아간다 합니다. 인생은 자기가 깨달은 만큼만 살아간다 합니다. 저는 전문상담사로 일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치료 도구라 생각되는 것은 상담사 자신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중요합니다. 『백 년의 지혜』가 내 삶의 실천편 멘토가 되는 까닭도 저자가 한 일보다 저자의 인간됨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엄정희 교수 (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북쌔즈 가족상담소 소장, 유튜브방송,<Dr.Duck 결혼에비학교> 진행, 도서출판 북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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