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는 소록도 섬. 예전에는 한센병 환자들만이 모여 사는 곳이었으나 현재는 일반인들도 찾아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주민 대부분은 한센병 환자와 국립소록도병원에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이지만 곳곳에 누군가를 기리는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6·25전쟁 때 이곳을 지키다 순직한 사람들의 영혼을 기리는 순록탑, 한하운 시인의 시비 그리고 소록도에서 헌신했던 마리안느(Marianne Stöger)와 마가렛(Margaritha pissarek) 수녀의 집입니다.
‘소록도 천사’로 불리며 큰 감동을 주었던 마리안느와 고(故) 마가렛 간호사는 오스트리아 국적으로, 머나먼 이국땅 그것도 고립되어 있는 작은 섬에서 1966년부터 2005년까지 40여 년간 한센인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2005년 건강이 나빠지자 ‘섬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라는 편지만을 남기고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 했습니다. 음악극 <섬:1933~2019>은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작품입니다.
또한 1933년부터 1966년대 소록도로 강제 이주를 당한 한센인들의 억압받던 삶을 비추는 동시에,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고 ‘장애도’라는 섬에 갇혀 살아가는 2019년 서울의 발달장애 아동 가족들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우리 삶 속의 편견과 차별을 짚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초연 당시 역사 속 인물의 삶을 조명하면서도 우리가 간직해야 할 동시대 목소리를 전했다는 호평이 자자했습니다.
음악극 <섬:1933~2019>을 창작한 ‘목소리 프로젝트’는 ‘선한 영향력으로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어문자료 즉, 말과 글의 형태로 인물의 삶과 사상을 무대에 복원하려는 취지로 장우성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가가 결성한 창작 그룹입니다. 이번 작품 이외에도 전태일 열사의 수기와 일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 <태일>, 가족법 개정을 이끌어 낸 대한민국 최초 여성 변호사 이태영의 삶을 조망한 음악극 <百人堂 태영>으로 우리 사회에 잊혀 가는 귀한 목소리를 찾아내 무대 위에 울려 퍼지게 하고 있습니다.
1966년의 ‘마리안느’와 2019년의 ‘고지선’ 역에는 뮤지컬 <아가사>, <렛미플라이>, 드라마 <며느라기> 등에서 활약한 백은혜와 뮤지컬 <사의찬미>, <광화문연가>의 정연이 출연하며, 1966년의 ‘마가렛’과 1933년의 한센인 ‘백수선’ 역은 연극 <오만과 편견>,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배우>,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에서 활약한 정운선과 뮤지컬 <난설>, <마리퀴리>, 드라마 <파친코>의 정인지가 더블 캐스팅되었습니다. 특히 백은혜, 정운선 배우는 지난 2019년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도 함께하며 한층 더 깊어진 연기로 작품의 울림을 더합니다.
사람이 ‘평생’이라는 시간을 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과 희생으로 평생을 썼던 사람들. 작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강력하고 따뜻하고 단단했던 두 간호사의 목소리가 우리의 귓가에 닿을 때 우리가 새롭게 낼 목소리는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