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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때를 위해 기다려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복잡한 장비나 반사판 등을 사용하지 않기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그는 도구나 기자재들이 사진에 방해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현실을 조작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플래시 라이트의 도움을 받으면 어떤 사진도 제대로 나올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브레송은 자신의 작품에 제목을 달지 않았습니다. 그저 작품을 찍은 시간과 장소만 표기했습니다. 그만큼 그는 작품 그 자체만으로 세상과 접촉하고 말을 건네 보았던 것 같습니다.
브레송은 제2차 대전 종전 후인 1946년 뉴욕 근대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열린 작품전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그는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을 창립한 뒤 거의 20여 년간 세계를 누비면서 탐방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브레송은 카메라를 자신의 눈의 연장으로 인식하고 시선을 따라 사물이 보일 때 그것을 마음에 담는 기분으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시선이 대상을 보이는 대로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을 인위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야만 사실적이고 순수한 사진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사진작가로서의 브레송을 대문호 톨스토이와 비교합니다. 그만큼 그는 사진에 있어서 천재였고 위대한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의 재능과 천재성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는 집중력이란 타고난 것이 아닌 훈련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능보다는 노력을 믿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는 어떤 남자가 빗물로 생긴 웅덩이를 훌쩍 뛰어넘는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들고 그 근처에서 하루 온종일 잠복했습니다. 물론 사진은 순간의 예술이므로 행운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브레송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그런 행운을 잡기 위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진 작업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간혹 만족스럽지 않아 뭔가 일어나길 꼼짝 않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모든 일이 엉망이 되어 사진 한 장도 찍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다 누군가가 지나가면 카메라 파인더로 그의 행정을 쫓아가다가, 기다리고 기다려서 마침내 찰칵! 가방에 뭔가 채워 넣었다는 느낌을 갖고 떠난다. 우리는 항시 구성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순간 그것은 직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일시적인 순간을 포착하려 애쓰는데, 연관되어 있는 모든 상호 관계는 항상 움직이니 말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속도에 익숙합니다. 느린 것을 참지 못합니다. 손에 늘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검색으로 웬만한 정보는 즉각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속도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혼자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도 갖지 못합니다. 속도에 길들여지고 검색에 익숙해지면서 사색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얻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합니다. 최고의 순간, 최고의 기쁨, 최고의 성취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브레송이 강렬하고 감동의 사진을 직을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림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요한 목사 (함께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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