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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4-08-29 (목) 14:22 조회 : 669
<스포츠 살롱>

기왕이면, 살리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지난주 야구팬들에게 ‘슬픈 소식’이 하나 날아왔습니다. ‘바람의 아들’, 아니 ‘바람의 손자’ 이정후 선수가 수비 중에 발생한 왼쪽 어깨 부상 때문에 수술하게 된다는 소식, 그로 인해서 ‘시즌 아웃’이라는 비보(悲報)였습니다. 아,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스포츠를 사랑하는 분들은 저의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열심히 응원하던 선수가 부상을 입어서 시즌 초반에 사라지게 되면 그 절망감은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저는 사실 이정후의 아버지, 즉 ‘바람의 아들’ 이종범 선수의 골수팬이기도 했습니다. 이종범 선수도 1998년 일본프로야구 진출 후 바람처럼 날아다니다가 투수의 공에 맞아 ‘시즌 아웃’이 되었죠. 그때 제가 느꼈던 절망감이 26년 후 그의 아들을 통해 다시 한번 재현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당사자 이정후의 절망감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의 아버지 이종범이 느꼈을 안타까움은, 어쩌면 부상을 입은 이정후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정후 선수의 ‘시즌 아웃’ 소식을 뉴스로 접한 후 여러 기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평소 여론이 좋지 않은 선수의 경우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질 때, ‘비보’에 온갖 양념이 얹혀서 거의 ‘장례식’ 수준의 기사가 나가기도 합니다. 그건 물론 평소 행실이 좋지 않던 선수의 잘못도 없지 않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언론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유사한 기사를 계속해서 양산해내면서 좀 더, 좀 더 자극적인 기사를 향해서 기사의 품질이 흘러가는 것이죠. 다행히 이정후 선수의 경우 평소 여론도 좋은 편이고, 워낙 안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미국프로야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입은 부상이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는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이죠.



그런데 저로선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기사가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그 기사의 제목은 이러합니다. “이정후, 6년 만에 다시 왼쪽 어깨 수술… 내년엔 건강하게 복귀.” 제 눈을 의심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렇게 희망적인 기사를 찾기란 도통 어렵거든요. “이정후, 시즌 아웃. 내년 시즌 적응 불투명…”, “이정후, 실망스러운 조기 시즌 종료. 향후 행보 안갯속.” 제가 지어낸 기사이긴 하지만, 이러한 느낌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게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제가 위에 언급한 희망적인 기사가 제 마음에 ‘감동까지’ 안겨 주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감동했는지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면, ‘격려와 기대가 부족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의 성취를 함께 기뻐하고, 상대방의 실패에 대해서 함께 아파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그러한 분위기가 좀 더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갈증을 느끼던 중 ‘자그마한 스포츠 기사’ 하나가 저에겐 단비처럼 다가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존재는 생각보다 강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연약하기도 합니다. 품고 있던 꿈이나 소망들이 누군가의 한마디로 인해서 꺾여버리기도 하죠. 그렇게 꺾인 날개를 평생에 걸쳐 다시 펼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품고 있던 절망이나 낙심이 누군가의 한마디로 녹아버리고 그 위에 새로운 꿈이 솟아날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요. 그만큼 ‘한마디의 힘’은 강력합니다.



저는 기사들을 볼 때면 종종 댓글 창을 열어 댓글들을 확인합니다. 한 존재가 익명성이 보장되었을 때 얼만큼이나 무책임한 발언을 폭력적으로 쏟아낼 수 있을지, 댓글 창을 보면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왕 던지는 말이라면 ‘죽이는 말’이 아니라 ‘살리는 말’을 했으면 합니다. 내 마음에 달콤한 말이 아니라, 내 마음에 후련한 말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안는 말을 했으면 합니다.



무책임하게 ‘가시덤불로 자랄 씨앗’을 투척해놓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면, 결국 그 가시덤불에서 탄생하는 씨앗은 돌고 돌아 나의 마음에 심겨질 테니까요.



소재웅 작가 (『전자슈터 김현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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