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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살롱>
그의 삶에 따뜻한 밑줄 하나를 그어줄 수 있다면
작가로 살아가는 제가 집필한 첫 번째 책, 두 번째 책 그리고 세 번째 책 모두 ‘스포츠 선수’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목회자의 마음과 작가로서의 시선을 적절히 조율해서 써낸 책들이었는데, 이 책들의 특징이라면 선수들을 객관적인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즉 “이 선수가 이러이러한 성적을 거두었으니 훌륭하다”라는 식의 내용은 전혀 넣지 않았습니다. ‘한 존재가 그려간 삶의 궤적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그 삶의 궤적에 따뜻한 밑줄 하나를 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게 작가로서 제가 품은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저와 가까운 지인의 결혼식에서 한 농구 선수를 만났습니다. 농구를 무척 좋아하는 지인과 가까운 사이라 결혼식에 온 것이었습니다. 한때 국가 대표 선수 생활을 하고, ‘한국 농구의 미래’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선수였던 그였기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 보다 최소 한 뼘은 더 큰 키 덕분에 그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는 사연이 있는 선수입니다. 한창 몸이 좋은 20대 시절 밀려온 잦은 부상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보다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먼저 은퇴해야 했고, 은퇴 후에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뉴스로 대중들에게 알려지며 그를 사랑했던 농구팬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3x3 농구(골대 1개를 사용하는 반코트 농구로 3대3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선수로 활약하며 프로 농구 시절 미처 다 발휘하지 못한 ‘농구 선수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연회장으로 이동하여 그에게 말을 걸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습니다. 특별히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스포츠 작가로서 그의 ‘결’이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그와 조우할 수 있었고 저를 간단히 소개하며 저도 모르게 이러한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보던 선수를 이렇게 보니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겪으셔서 좀 안타깝기도 했는데, 요즘 다시 활약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정말 99% 저의 진심이었습니다. 다만 난생처음 보는 레전드 선수 앞에서 이러한 말을 던지는 게 맞나 싶고, 그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제 말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제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실망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순간, 그 대답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죄송하다”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저에게 있는 건 아닌 거 같아 “아닙니다, 아닙니다”라며 손사래를 쳤고, “진짜 요즘 활약 너무 보기 좋다”는 덕담을 건네드렸습니다.
귀가하며 그가 제게 던진 말, “실망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는 말이 오랜 시간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의 그 한마디에서 ‘자신의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솔직한 자기 고백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모든 안 좋은 뉴스에 담긴 속사정이야 당사자 외에는 알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공인은 때로 억울함을 감수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 선수 역시 왜 억울한 일이 없었을까요? 그런데 그가 던진 그 담백한 고백 덕분에 저는 다시 그를 뜨겁게 응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출간한 첫 번째 도서의 이름은 『긋 플레이어』였습니다. “선수들이 걸어간 삶에 따뜻한 밑줄 하나 ‘긋’자”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밑줄 하나를 그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밑줄 하나 덕분에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이유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먼저, 나의 삶에 따뜻한 밑줄 하나를 그어보면 어떨까요?
소재웅 작가 (『전자슈터 김현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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