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정기구독
정기후원
   

[칼럼] 문화산책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4-10-18 (금) 11:54 조회 : 540

<로드(Road)에서 로드(Lord)>

매화마름을 찾아서



오늘은 조금 특별한 길을 나섰습니다. 특별한 녀석을 만나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흔했었기 때문에 무심했던 녀석입니다. 그 흔했던 것이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그 사실조차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그때에서야 녀석의 존재와 가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곳을 처음 찾았던 것은 녀석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었던 물풀인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고, 사람들이 무심하게 버려두었던 한 곳에 겨우 살아남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 나섰던 기억입니다.



강화도는 걷기에 참 좋은 길이 많습니다. 그중에도 섬 남쪽에 있는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초지진이라는 조선시대 포대(砲隊)가 있습니다. 강화도 해안선에는 이러한 포대가 많이 있습니다. 그중 초지진은 작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진지입니다. 바로 그 초지진 근처에 오늘 찾아보고 싶은 녀석이 있기에 나섰습니다. 전적지 순례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돌아보는 것은 길손에게 의미 하나를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에 존재했던 생명체들 가운데 완전히 사라진 종들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중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디흔했던 식물들도 있습니다. 환경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고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농약 살포와 이기적인 개발과 같은 행위가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중에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했던 물풀이 ‘매화마름’입니다. 이 녀석은 주로 무논에서 서식합니다. 그런데 다수확과 벼 재배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면서 서식 환경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농약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녀석이 증명한 것입니다.



봄날 매화마름이 앙증맞은 하얀색 꽃을 피우면 무논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에게는 농사에 방해가 되는 물풀일 뿐이었습니다. 논에는 벼가 자라는 것 외에 다른 풀이 자란다는 것은 벼 성장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하여 매화마름과의 공존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지혜는 제초제를 만들었고 조금 더 편리하게 물풀을 제거하는 도구로 사용하면서 무논에는 벼 외에는 다른 물풀들도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이제는 무논 어디에서도 흔했던 매화마름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만 가지고 있는 창조적 능력이 한 생명체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 것이니, 이 또한 능력이라면 능력입니다. 하지만 자랑스럽지 않게 사용한 것이 아니기에 한편으로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증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매화마름이 살아남은 곳이 있습니다. 이곳이 발견돼서 알려진 것은 지난 1998년 5월이었고, 그곳을 보전하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면서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중심이 되어 제1호 사업으로 2002년 약 1천 평 정도의 논을 매입했고, 본래 논 주인도 그 뜻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논 일부를 기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매화마름 서식지를 확보한 다음 그곳에 서식하는 매화마름과 함께 2008년 우리나라 최초의 람사르 논 습지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녀석, ‘매화마름’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매화마름은 봄날 모내기 전 무논에서 피는 물풀꽃입니다. 하여 매화마름꽃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4-5월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녀석이 있는 일원은 개간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너른 들녘의 아름다운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천천히 걸으면 얼마 걸리지 않는 곳에 또 하나의 <매화마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매화마름>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는 카페입니다. 강화도에는 많은 카페가 있고, 이제는 카페 전시장이 되었다고 할 만큼 다양한 카페가 있지만 그렇게 카페들이 등장하기 전, 매화마름 지킴이처럼 서식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걷다가 쉬고 싶은 시점에 만나게 되는 쉼터는 반갑기 마련입니다. 주인장의 고집인지 모르지만 한결같은 맛을 느끼게 하는 커피는 언제 찾아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제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카페는 많은 데 커피는 없다’입니다. 커피 맛을 제대로 나누고자 하는 주인장의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대부분 그냥 사업으로 선택했을 뿐 커피를 통해서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의식이 없거나 부족합니다.



하지만 여기 <매화마름>은 언제 찾아도 나름의 커피 맛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심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과 함께 찾아들곤 합니다. 게다가 요즘 베이커리 카페가 대세인데 이곳은 시작부터 적은 양이지만 손수 빚어서 찾는 이들에게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빵도 한결같은 맛이기에 이곳에서 만큼은 커피와 함께 맛을 봅니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강화도, 그 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 <매화마름>, 크지 않지만 쉼을 얻기에 충분한 공간이기에 언제나 깃들고 싶은 곳입니다.



이종전 목사 (어진내교회)

   

foot_이미지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