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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머니와의 20년 소풍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4-11-21 (목) 11:48 조회 : 755
‘소’소한 일상 ‘풍’성한 사랑 이야기



눈을 뜨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끝에 닿습니다. 평소 같으면 누워서 뒤척일 텐데 바로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마 옆으로 뚜껑이 열린 도시락통과 수북하게 쌓인 김밥이 눈에 들어옵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음료수를 미리 챙겨둔 배낭에 넣다가 거울에 비친 나를 발견하고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괜히 한번 웃어봅니다. 맛있게 먹을 김밥과 하루 동안 일어날 일들을 기대하는 그저 행복하기만 아침입니다.



소풍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기억입니다. 일반적으로 소풍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20년 소풍』의 저자 ‘황교진 작가’가 이야기하는 어머니와의 소풍은 우리가 생각하는 소풍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 김밥도 부엌에서의 분주한 모습도 없는 그저 침상에 누워만 계시는 어머니와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설렘 가득한 소풍이 아니라 슬픔과 좌절 그리고 낙심으로 가득한 ‘아픔의 길’이어야 할 듯한데 저자는 소풍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숨 막히는 고통 중에 깨달은 것이 ‘앞으로 더는 왜 라는 질문을 하지 말자!’였다.” p.53

“‘왜’라는 질문을 버리고 ‘어떻게’를 선택한 뒤, 이런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신비한 형통을 경험했다.” p.54



어둡고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에 들어선 것처럼 불투명한 하루하루의 삶이 될 수도 있었지만, 소풍처럼 설레고 밝은 빛을 품은 날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던 이유를 저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라며, 그 순간부터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뇌출혈’, ‘식물인간’, ‘병간호’, ‘홈케어’ 등의 단어가 주는 무거움이라는 감정보다는 어머니를 향한 저자의 사랑과 아름다운 기억 그리고 저자인 아들이 느낀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에 따스함을 남기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 병간호로 잃어버린 줄 알았던 젊음의 시간이 오히려 어머니로 인해 준비되고 채워져 마침내 재능을 발휘하며 사는 삶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에게서,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난 후 만나게 될 어머니가 더 그립다는 이야기에서 저자의 진심이 가득한 애달픈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어머니와의 20년 소풍』의 황교진 작가는 어려움을 겪고, 아픔으로 얼룩진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많이 아프지요. 저도 많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견디고 견뎠습니다. 생각을 한번 바꾸어 보세요. 주어진 현실에서 어둠보다는 빛을 찾고, 그곳으로 향하도록 힘써 보세요. 어렵지만 할 수 있어요. 제가 그랬듯이 당신도 그럴 수 있어요. 힘을 내세요. 함께 해요.”라고 말하며 따스한 손을 내미는 듯합니다.



‘병간호’라는 이야기에 ‘소풍’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어색한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소풍이야말로 가장 잘 표현한 저자의 마음이라는 생각입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어머니와의 ‘풍’성한 사랑 이야기”가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소풍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인 ‘정장 한 벌과 구두’를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고쳐서 사용하는 모습에서 어머니와 여전히 아름다운 소풍 길을 걷고 있는 저자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가족의 해체와 개인주의 혹은 각박하고 냉랭해져만 가는 시대라고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에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합니다. 저자의 이러한 항변이 우리 삶의 온도를 조금씩 높여주는 듯하고, 또한 곁에 있는 누군가를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그래서 가족 혹은 우리라는 본질적인 인간(人間)의 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황교진 작가’의 『어머니와의 20년 소풍』을 통해 싸늘한 날씨와 냉랭한 시대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의 마음 온도를 조금 더 높이고, 누군가를 향해 손 내밀 용기를 얻고, 그 손을 잡으며 조금 더 따스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면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김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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