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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간절히 기다려 본 적이 있나요?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입니다. 1953년에 프랑스 초연 이후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고전 명작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인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고도(Godot)’라는 실체 없는 무엇인가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고도가 누구인지도, 왜 기다리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 모습이 한없이 모순적이면서도 왠지 이해가 되기에, 인생의 단면을 그대로 담고 있기에 사람들은 이 작품을 대표적인 ‘부조리극’으로 꼽습니다.
이 작품을 오마주하여 새로운 연극이 만들어졌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데이브 핸슨의 대표적인 코미디 작품으로 명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재해석하여 평단 안팎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2013 뉴욕 국제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여 뛰어난 유머와 재치 넘치는 대사를 통해 원작의 의미와 깊이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을 인정받아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미국, 영국, 헝가리, 뉴질랜드 등 세계의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뜨거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배경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장 분장실.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언더스터디, 즉 대역 배우인 에스터와 밸은 무대 뒤에서 자신들이 무대에 오를 그 순간을 한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 두 배우는 예술, 인생, 연극과 같은 심오한 주제의 질문과 씨름합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진지한 이면 속에 삶과 인생 그리고 예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원작의 철학적 주제를 유머와 함께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것입니다.
이번 공연의 재미있는 지점은 2023-2024년, 원로 배우 신구와 박근형 배우가 선보였던 <고도를 기다리며>의 분장실이라는 설정입니다. 두 작품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연결되어 관객들의 흥미를 더욱 유발합니다.
줄거리가 그야말로 ‘기다림’이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형식이 긴 기다림 속의 ‘티키타카’이기 때문에 주인공 에스터와 밸의 호흡이 무척 중요합니다. ‘에스터’ 역에는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특별 무대를 선보여 후배 배우들의 기립 박수를 끌어냈던 배우 이순재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올해로 데뷔 69년 차를 맞은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배우가 가장 친한 후배인 신구의 언더스터디 역을 맡은 것은 큰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순재 배우와 합을 맞추는 ‘밸’ 역에는 작년 연극 <라스트세션>에서 호연을 선보였던 카이 그리고 티비에서 연극으로 무대를 옮긴 배우 최민호가 캐스팅되었습니다. 한편, <눈물의 여왕>으로 사랑받았던 곽동연 배우와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박정복 배우가 젊은 꼰대 ‘에스터’와 늦깎이 신입 ‘밸’로 캐스팅되어 페어별로 색다른 작품 해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고도를 기다리며’ 뿐만 아니라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속에서 모든 인물은 각자의 고도를 기다립니다. 우스꽝스럽고 슬픈 광대 같은 그 모습은 일상 속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실체 없는 뭔가를 한없이 기다리고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원작은 대화와 행동, 침묵까지도 상징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도록 하여 관객들에게 오랜 시간 여운과 울림을 남겼기에 끊임없이 앙코르를 받아 왔습니다. 새롭게 쓰이고 해석된 이 작품 또한 뭔가를 간절히 기다려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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