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전 찾기
어려운 일을 꼽아 보라면 저는 제 사진들을 잃었을 때입니다. 십 년 넘게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진가가 자기의 사진을 포기한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사진가에게 사진은 시간이고 공간이며 기억입니다. 소중하게 간직하며 애지중지한 만큼 사진을 잃어버린 그 빈자리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일을 계획할 수도,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소중한 걸 잃어버린 괴로움은 나를 괴롭혔습니다. 그렇게 몇 날을 짓눌리다가 깜짝 놀랄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현재가 있고, 더욱이 미래가 내게 허락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이 그렇습니다. 호세아, 야고보서, 나훔, 스바냐, 요엘, 아가 특히 야고보서에는 직접적인 시련에 대한 권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그 고통으로 평정심을 잃고, 오직 현실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게 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의 뜻은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는 절망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립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붙잡고 계시겠다 하시지만, 절망 앞에 섰을 때는 모릅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은혜를 입은 후입니다. 저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너무 놀라운 하나님의 얘기를 따져 볼 생각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려가면서 말입니다. 어려움에 빠졌을 때면 본전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의 경우는 잃은 사진의 매수입니다. 슬라이드 만 장이라고 합시다. 만 장의 사진은 분명 내 손에 없지만, 은혜 입은 후 첫 사진 작업을 할 때 나는 만 장의 내 사진 위에 한 장의 사진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내 모든 사진은 내 기억에 있었고 나는 일만 한 장의 사진 작업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의 후예인 우리를 따져 보았습니다. 비록 죄를 짓고 쫓겨났지만, 죄인 된 우리가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인해 구속되었고, 성화의 길은 온전한 주님의 사랑으로 약속된 벅찬 길입니다. 주님을 받아들이고 살다 보니 그 어려운 인생길에 크리스천에게 주신 고난이 있었던 것입니다. 크리스천의 삶에는 세상과 다른 하나님의 계산법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알려 주신 천국에 대한 비유를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인간의 논리로 따져서는 계산이 되지 않는, 본전 찾기를 훌쩍 넘어서는 하나님의 계산법이 양을 넘어 질에까지 들어가는 역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로마서 8장 28절에 그 역전의 계산법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크리스천은 구렁텅이에 빠지는 어려운 일을 당해도, 심지어는 잘못한 것도 잘 되게 바꾸어 주신다? 이렇게 말하면 세상의 논리로서는 모순이고, 말이 안 된다고 하며, 그렇다면 ‘누가 성실히 살겠는가?’라는 세상적인 의심과 반발심이 생길 수 있는 말입니다.
해가 나야만 곡식이 열리는 게 아니라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생명이 자랍니다. 더구나 겨울은 손해 보는 계절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계절입니다. 그렇게 말씀이 영광을 고난과 함께 풀어내고 고난을 우리에게 요구하신다는 성경적 주장에 대하여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그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고 우리가 예수님을 죽이는 방식으로 십자가에서 승리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겪게 되는 어떤 일도 하나님과 연결하여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본전을 찾는 양적인 해결을 넘어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는 질적인 변화를 계획하신 주님을 믿습니다.
함철훈 (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