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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맛있는 거 모두 모아
최근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국극과 창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화면 안의 관객과 화면 밖의 관객이 함께 몰입하며 웃음을 나누는 극중극이 클로즈업되어 재조명되었습니다. 이러한 전통 예술이 고루하게 느껴지기보다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국경과 시대를 넘나드는 창작 뮤지컬과 연극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우리 가락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오랜 시간 보듬어온 작품들은 더욱 소중한 문화적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기획 공연 <마당놀이 모듬전>을 선보입니다. ‘모듬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음식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지만, 여러 작품 중 백미를 한데 모아 선보이는 형식이라 생각하면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무대로, 지난 10년간 사랑받았던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의 대표 장면들을 엮은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작품입니다.
내용도 세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네 타는 춘향의 모습에 반한 몽룡이 춘향의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려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난데없이 심봉사가 등장합니다. 성장한 심청은 밥을 빌리러 나가고, 같은 처지의 흥보도 형 놀보에게 밥을 빌리러 갑니다.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떠나게 된 몽룡은 춘향을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나고, 심청은 공양미를 위해 아버지와 눈물의 이별을 한 뒤 인당수에 몸을 던집니다. 남원으로 새로 부임한 변학도의 수청을 춘향이 거부하던 그 시각, 놀보에게 맞고 제비의 다리를 고쳐준 흥보는 제비가 물어다 준 박을 탑니다. 한편, 옥중의 춘향과 왕후가 된 심청은 각기 낭군과 아버지를 기다리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고전 속 주인공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익숙한 이야기와 예측할 수 없는 조합은 관객들에게 친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마당놀이 모듬전>은 손진책 연출, 배삼식 극작, 국수호 안무, 박범훈 작곡 등 원조 제작진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입니다. 또한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 등 오랜 시간 관객들을 울리고 웃게 했던 ‘마당놀이 스타 3인방’이 특별 출연해 찰진 입담과 유쾌한 연기로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여기에 민은경, 이소연, 김준수 등 국립창극단 배우들과 오디션으로 선발된 젊은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며 신구 세대가 어우러지는 조화를 보여줍니다.
손진책 연출은 “우리나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우리 정체성을 가진 공연이 아직 많지 않다.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장르는 마당놀이가 거의 유일하다”며 마당놀이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마당놀이답게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찰진 입담, 시원한 시대 풍자, 배꼽 잡는 해학으로 관객 참여를 극대화해 누구나 공연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늘극장을 수놓을 무대 디자인도 주목할 만합니다. 무대 상부에는 19미터 크기의 연꽃 모양 차일을 설치해 전통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LED 패널과 다양한 영상 효과를 통해 시공간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표현합니다. 관객석은 기존 하늘극장의 부채꼴 형태에 추가 좌석을 설치해 무대를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됩니다. 보는 즐거움, 참여하는 즐거움, 느끼는 즐거움을 한데 느낄 수 있는 <마당놀이 모듬전>은 새해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될 것입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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