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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영화를 음미하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는 2023년 11월 22일 넷플리스에 공개된 스릴러 영화입니다. 줄리아 로버츠, 마허샬라 알리, 에단 호크 등 연기력이 출중한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영화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호화로운 임대 주택으로 휴가를 떠난 가족. 그런데 사이버 공격으로 기기가 고장 나고, 두 명의 낯선 사람이 불쑥 찾아오면서 불길한 일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에어비앤비 느낌으로 뉴욕 외곽 지역의 큰 별장을 빌려 휴가를 간 샌포드 가족은 큰 유조선이 해변으로 덮친 사건을 비롯한 예상 밖의 일들을 겪고, 인터넷과 TV가 모두 먹통이 되는 상황을 만납니다. 그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이 별장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흑인 G.H.와 그의 딸 루스가 늦은 밤에 집을 찾아옵니다.
이 모든 사건은 별장과 그 별장이 있는 마을이라는 작은 세팅 속에서 마치 연극처럼 진행이 됩니다. 그런데 이 작은 세팅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이버테러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지죠. 작은 이야기지만 큰 서사를 담아내고 있는 흥미로운 진행입니다. 시작은 스릴러 장르의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낯선 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샌포드 가족이 늦은 밤 낯선 흑인 부녀를 만나게 되면서 분위기는 고조되고 영화를 보는 이는 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스릴러 장르의 서사는 뒤로 가면서 아포칼립스 장르로 확장되지요. 세상의 마지막이라는 신호를 주는 장치들이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자연스레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루고 싶은 주제는 스릴러적 요소도 아니고 아포칼립스 요소도 아닙니다. 이런 요소들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신뢰, 존재의 가치 그리고 관계의 치유 등을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로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영화 초반 아만다 샌포드가 휴가를 다짐하면서 ‘나는 인간들이 정말 싫어’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IT의 발달로 개개인이 고립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존재와 가치에 관해 묻습니다. 별장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흑인 부녀가 밤늦게 찾아와 함께 지내자는 요청을 할 때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상대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싶지만, 인터넷은 먹통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타인을 신뢰하는 것도 IT에 의지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긴장이 짙어지고 갈등이 심해지지만 영화가 절정으로 가면서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게 됩니다. 인간 신뢰의 회복이라는 희망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치는 막내딸 로즈 샌포드가 영화 내내 보고 싶어 했던 시트콤이 프렌즈라는 것이죠. 로즈는 영화 내내 이 ‘프렌즈(친구)’를 보려 했지만, 인터넷이 먹통이라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즈가 프렌즈의 마지막 편을 볼 수 있게 되는 걸 보여주며 서사를 마무리합니다. 인간의 신뢰와 관계의 회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엔딩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도 삶의 장르가 스릴러일 때가 있습니다. 긴장이 고조되고 다음 장면이 어떤 장면이 될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있지요. 어떤 때는 아포칼립스 같은 장르일 때도 있습니다. 정말 내 인생이 끝이구나. 여기까지구나라는 깊은 절망을 경험할 때도 있죠. 그럴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리의 존재의 가치를 물으시면서 그 가치가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에서 온다고 하십니다. 주어진 상황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 상황이 우리의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본질적으로 이미 정했다고 하시죠. 그래서 갈라디아서 2장은 이리 말씀하십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내 몸 안에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구하시려고 자기 몸을 바치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디아서 2장 20절).”
그리스도와 함께. 내 안에. 믿음으로. 이 고백이 나의 것이 될 때 스릴러나 아포칼립스 장르 같은 우리의 삶에도 우리는 진짜 중요한 나의 존재적 가치에 대한 마음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김선의 목사 (가까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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