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작품, 새로운 색깔: <만선>,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우리나라 연극의 중추인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은 지난 1월 초, 관객을 만날 12개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2024년 4월에 새로 취임한 박정희 단장 겸 예술감독이 처음 이끄는 라인업으로, 1년 가까이 작품 발굴과 기획 과정을 거쳤던 12개의 공연이 관객과 만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라인업 공개와 더불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의 작품을 대표하는 표제도 함께 발표했는데, 표제 “현존과 좌표”를 통해 ‘연극은 인간 삶에 대한 서사이자 존재의 재현’이라는 화두를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올 2025년은 인간의 존재 양식에 집중해 ‘실존과 욕망, 자유의지, 잠재된 힘’을 담은 작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그중 3-4월에 무대에 오르는 두 작품을 먼저 소개합니다.
지금 여기, 2025년 한국에 내리는 비바람:
<만선>
한국적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불리는 <만선>(원작 천승세, 윤색 윤미현, 연출 심재찬)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 공모 당선작입니다. 이후 60여 년간 이 작품은 착취와 빈부 격차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담아내며 숱한 시대를 건너왔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 속 인물, 곰치네를 덮친 풍랑은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매섭습니다.
윤미현 작가의 날선 윤색과 심재찬 연출의 손을 거쳐 현대의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현재성을 살려 새롭게 만든 2025년의 <만선>은 원작에 묘사된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경제적 착취 구조, 상대적 박탈감, 세대 갈등과 더불어 여성 캐릭터들의 강단을 더욱 강경하게 설정하여 가부장적인 남성 캐릭터들과 균형을 맞추고, 조신하고 고분고분한 한국적 여성의 유형화를 전복시켰습니다.
<만선>은 집착에 가까운 만선에 대한 의지로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파도와 대결에 나서는 초로의 인간을 통해 삶에 대한 강인하고도 비극적인 집념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극 후반부에 쏟아지는 5톤 분량의 세찬 비바람은 처절하고 절망스럽지만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국립극단은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을 위한 작품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1년 5월, 산하 조직으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개설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주제와 정서를 담은 어린이 청소년 극이 탄생했는데 그중 2015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첫 막을 올린 이후 전국 각지의 청소년 관객들을 만나온<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원작 에드몽 로스탕, 각색 김태형, 연출 서충식)가 초연 10주년을 맞아 명동예술극장으로 돌아옵니다.
원작 소설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작 에드몽 로스탕)』를 각색한 이 작품은 늘 깨지고 부딪히며 나아가는 주인공 시라노의 성장사를 빌려 기존의 질서를 뛰어넘고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청소년의 끝없는 가능성과 잠재성을 그려냈습니다. 교훈이 아닌 소통으로 청소년 관객과 호흡해 온 작품은 2015년 초연, 2017년 재연을 거쳐 7년 만에 다시 한번 낭만이 가득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원작에 담긴 독설과 유머, 재기 넘치는 대사와 화려한 시구로 가득한 낭만적 사랑이 김태형 작가의 각색을 거쳐 더욱더 경쾌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 관객들과 만납니다.
한아름 기자
|